[김대통령 일문일답] '남북 서로 이롭게 하는게 포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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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뉴질랜드를 국빈방문 중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4일 오클랜드의 숙소인 칼튼호텔에서 수행 취재기자 간담회를 갖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결과를 소개하고, 북.미회담 타결에 대한 평가와 함께 남북관계에 대해 언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 APEC에 대해 평가해 달라.

"개도국과 회원국 국내에서 고통받는 중소기업과 중산층.서민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아태지역의 안정이 있다는 우리의 주장이 큰 공감을 얻었다. 국내에서 말한 생산적 복지를 국가간 문제에도 적용해 단순히 빚을 탕감하고 원조하는 게 아니고 개도국 사람들을 교육시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데 합의를 봤다. 10주년을 맞은 이번 회의는 획기적 전환점이라고 생각한다. "

- 베를린 북.미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 향후 남북대화를 전망해 달라.

"한마디로 희망적 성과다. 긴급사태는 해결됐다. 이번 일이 성공한 것은 한.미.일 3국의 긴밀한 공조로 틈새를 안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국.러시아 등 북한의 전통 우방들이 우리의 포용정책을 지지, 북한에 대해 강력히 권고한 덕도 컸다. 세계 여론도 그랬다. 중국과 러시아에 감사한다.

성공의 원인은 우리의 '윈 - 윈' 전략 때문이다.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으면서 서로 성공하는 전략이다.

북한이 필요한 것 중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을 주고, 북한도 우리가 필요한것을 줌으로써 서로 이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한다.

그것이 포용정책의 골자다.

의심과 불신만 없다면 성공할 수 있다.

우리는 감춘 적이 없다.

항상 북한에 대해선 일희일비 (一喜一悲) 해서는 안된다.

흔들림 없이 일관성 있게 나가야 한다.그래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남북대화에 대해 구걸하거나 초조하게 임하지 않겠다.

한반도에 전쟁이 없다는 믿음이 있어야 북한에도 여러나라의 투자가 들어간다.

그러자면 남북관계가 좋아야 한다.

해외 투자자들은 우리 기업들과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임기 중 통일이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과욕을 부리지 않는다.

나는 임기 중 한반도의 냉전 종식을 바란다.

북한 동포들이 밥이라도 배불리 먹게 도와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 임기 중 그것이 최대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

- 북.미회담에서 이뤄진 이면합의 내용은.

"빌 클린턴 미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설명을 듣고, 샌디 버거 백악관 안보보좌관으로부터도 들었으나 이면합의가 있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회담 결과에 대해 '이 정도면 됐다' 고 생각하는 것 같다. '1단계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고 우리에게 얘기했다. "

- 대우 사태로 국내 투신사와 은행의 경영여건이 부실해졌는데 구조조정을 다시 과감히 할 생각은.

"대통령과 정부는 굳은 결심을 갖고 강한 체질을 가진 금융기관을 만들기 위해 계속 지켜보면서 문제점이 나타날 때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 주의시킬 일이 있으면 주의시킬 것이다. "

오클랜드 = 이연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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