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기아, 외국인선수 길들이기 '강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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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감독님, 매워서 도저히 못먹겠는데요. " "그럼 집에 가서 먹고 싶은 것 실컷 먹어. "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전지훈련 중인 프로농구 기아 박수교 감독.

두차례 미국 연수로 외국인 선수들의 식성을 잘 알면서도 토시로 저머니.안드레 브라운 두 선수에게 국내 선수와 함께 순두부찌개를 먹도록 한다.

"식사를 같이 하는 것도 팀워크" 라는 박감독의 단호한 태도에 외국인 선수들은 울 듯한 표정으로 수저를 든다.

박감독은 훈련도 순전히 한국식으로 밀어붙인다. 하루 두차례 실시되는 강훈련에 녹초가 된 외국인 선수들이 "미국에서는 하루에 한번만 훈련한다" 며 불평을 늘어 놓자 "이건 맛보기야. 한국에서는 여기에다 야간훈련까지 있다" 며 눈을 부라린다.

"게으름을 피우다 쫓겨난 선수가 한 두명인줄 아느냐" 며 협박 (?) 까지 하는 박감독 앞에서 외국인 선수들은 아예 말문을 닫는다. 주변에서 "저러다가 못하겠다고 돌아가는 것 아니냐" 고 걱정해도 박감독은 "지금 길을 잘못 들이면 시즌내 고생한다" 고 잘라 말한다.

박감독의 외국인 선수 다루기는 새로운 시도다. '국내 선수+외국인 선수' 의 팀이 아니라 '완전한 한팀' 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외국인 선수의 비위 맞추기에 골머리를 앓아온 다른 팀 감독들은 "언제까지 저럴 수 있겠느냐" 며 박감독의 색다른 외국인 선수 길들이기를 지켜보고 있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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