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하프마라톤] 이은희씨 휠체어 타고 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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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희망이' 와 함께 희망을 향해 달렸습니다.함께 달린 모든 분들께 고마울 뿐입니다."

서울하프마라톤대회가 열린 12일 오전 잠실종합운동장. 휠체어를 타고 5㎞를 완주한 이은희 (李恩熙.28.충남 천안시 신방동) 씨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도 연방 웃는 얼굴이었다.

李씨는 원광대 서예학과 2년 재학중이던 92년 공사장의 담벼락이 무너지면서 깔리는 바람에 허리를 다쳐 걸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한동안 불의의 사고에 대한 원망과 절망에 빠졌던 李씨는 "이대론 안된다" 며 재활을 위해 이를 악물었고, 지난해엔 대구휠체어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李씨는 올들어서도 지난 7월 삼성생명재활보조센터가 지원한 두살배기 재활보조견 '희망이' 와 함께 꾸준히 달리기를 연습, 이날 평소보다 15분여나 앞당긴 43분16초의 기록으로 거뜬히 완주했다.

그동안의 고된 훈련 탓에 손에 물집이 잡힌 李씨는 완주하고 난 뒤 자신보다 처음으로 5㎞를 뛴 '희망이' 의 건강을 먼저 걱정했다.

올초 충남 천안시 나사렛대학 인간재활학과 3학년에 편입한 李씨는 "재활심리치료사가 돼 다른 장애인들을 돌보고 싶다" 며 다시 한번 활짝 웃었다.

손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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