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극제 하이라이트] 2. 필립 장티 극단 '미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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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오는 17~19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는 프랑스 필립 장티 극단의 '미궁' 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마임극이다.

하지만 한두사람의 마임 배우가 나와 몇가지의 익살스런 동작을 보여주는 일반적인 소규모 마임과는 다르다.

'마임의 새로운 공연화에 공헌했다' 는 프랑스 현지의 평에 걸맞게 연출가 필립 장티는 마임의 영역을 확대하는데 주력했다.

지난 61년 인형극으로 출발한 장티는 이후 인형과 다양한 공연예술과의 접목을 시도해왔다.

하지만 전통양식의 답습이 아니라 배우.무용수.인형이 함께 등장하는 새로운 형식을 추구해왔다.

이번에 선보이는 '미궁' 역시 이런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지난 97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참전 경험이 있는 한 남자의 혼돈스런 내면세계를 그리고 있다.

인간의 무의식을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는 미궁으로 보고 여기를 탐험하는 여정과 충돌을 그려낸 것이다.

말이 아닌 배우들의 몸만으로 인간의 섬세한 심리를 담아내는 마임극인 동시에 문짝과 풍선인형 등 다양한 소도구를 이용하는 오브제 연극이기도 하다.

가령 무대 위의 문을 여닫는 배우들의 반복된 동작이나 방독면을 쓰고 배회하는 모습,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가면을 서로에게 씌워주는 동작들을 통해 부조리한 이미지들을 계속해 보여준다.

이는 고립된 채 자아를 상실해가는 현대인, 혹은 개성을 부르짖지만 결국 서로 비슷하게 닮아가는 획일화 경향 등을 표현하는 것이다.

특별한 줄거리가 없는 만큼 사건의 흐름보다는 아름다운 구성과 잘 짜인 안무, 적절한 조명을 즐기는 것이 더 훌륭한 감상법이다.

지난 84년 내한공연을 가진바 있는 필립 장티 극단은 공연에 앞서 15~17일 돌꽃컴퍼니 연습실과 연극협회 연습실에서 '필립 장티 워크숍' 을 개최한다.

02 - 3673 - 2561.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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