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지금 남아있는 80년 전 경성 건물은 어디어디일까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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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호 18면

조선의 수도였던 서울의 모습은 일제 식민지배 동안 급속하게 변했다. 일제는 조선 왕실의 거처인 경복궁 앞에 조선총독부를 지었고, 남산에는 신사인 조선신궁을 지어 서울을 내려다보게 했다. 신궁으로 향하는 계단은 서울역을 나서면 곧바로 보였다.

세 이방인 눈에 비친 변화상 서울역사박물관서 전시

또한 서울 성곽 상당 부분과 사대문 중 하나인 서쪽의 돈의문(敦義門)이 헐렸다. 사진은 서울 안산 자락에서 바라본 1920년대 말 서울 전경이다. 일제에 의해 변한 서울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사진은 당시에 발행된 ‘일본지리백과사전’에 실렸다. 왼쪽 인왕산에서 오른쪽 남산과 용산 지역에 이르기까지 서울 전경을 모두 6장의 사진으로 나누어 촬영했다. 이 중 원본사진 5장을 UPA(UPI의 전신) 특파원이었던 앨버트 테일러가 수집했고 이번에 처음 공개됐다. 이를 컴퓨터로 합성해 만든 대형 파노라마 사진이 서울역사박물관의 ‘세 이방인의 서울 회상’ 전에서 전시된다. 신문에는 두 부분으로 나눠 게재했다. 위 사진은 인왕산에서 경성방송국까지, 아래 사진은 경성방송국에서 용산까지다. 왼쪽 아래의 작은 사진 2개는 1920년대 말과 현재 서울시의 파노라마 사진이다.

2009년 기증유물특별전으로 개최된 이번 전시는 일제시대 이후 1970년대까지 앨버트 테일러, 프레드 다익스, 노무라 모토유키 등 세 명의 외국인 눈에 비친 서울 변화상을 시대별로 보여주고 있다.

앨버트 테일러는 광산개발업자였던 아버지 조지 알렉산더 테일러가 평안북도 운산 금광 개발을 위해 1896년 한국으로 올 때 함께 왔다. 앨버트는 갓 태어난 아들 브루스가 입원한 세브란스병원 침대 밑에서 미리 인쇄해 숨겨 놓았던 3·1운동 독립선언서를 발견해 이를 서방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그가 촬영한 1919년 3월 3일 고종 장례행렬은 공식 사진과 달리 장례 분위기와 종로통에 운집한 시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앨버트는 1923년 인왕산 자락인 종로구 행촌동에 집을 짓고 ‘딜쿠샤(Dilkusha)’라고 이름 붙였다. 딜쿠샤는 ‘행복한 마음’이라는 뜻의 힌두어다. 그러나 딜쿠샤의 행복한 생활은 오래 가지 못했다. 태평양전쟁이 나고 미국·일본 관계가 악화되자 테일러 일가는 42년 5월 한국을 떠나야 했다.

전시장에는 46년 12월부터 48년 5월까지 미 7사단 보병으로 서울에서 근무한 프레드 다익스가 촬영한 서울 풍경도 있다. 70년대 청계천 일대의 판자촌에서 빈민구제활동을 한 노무라 모토유키가 촬영한 사진도 전시된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계속된다. 관람 문의 02-724-0156~8.

글 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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