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살던 친구 사이 공자 논쟁으로 앙숙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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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호 06면

천라이.간양이 펴낸 [공자와 당대중국](왼쪽)과 리링이 쓴 [상갓집 개(喪家狗)]

리링(李零)과 천라이(陳來)는 복잡한 사이다. 리링이 2007년 5월 『상갓집 개(喪家狗)』라는 제목의 논어 주석서를 출간했을 때부터 꼬인 것 같다. 2006년 출판된 위단(于丹)의 『논어심득(論語心得)』이 한창 베스트셀러가 됐을 때였다. 리링도 『화간일호주(花間一壺酒『(2005)로 천하에 이름을 떨쳤고 『병이사립(兵以詐立』(2006)은 그해의 ‘10대 좋은 책’으로 선정됐다. 당시 중국에선 공자 재평가와 함께 논어 독서 붐이 일고 있었다.

두 석학의 애증

『상갓집 개』에서 리링은 ‘성인 공자’와 ‘지식인 공자’를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벽한 인간의 전형으로 추앙된 성인 공자는 역사적으로 덧칠 된 가짜 공자이고, 자기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천하를 주유하면서 고독과 비애를 느꼈던 지식인 공자가 진짜 공자라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이다. 리링은 고고학·고문헌학 등을 바탕으로 공자의 진면목을 보여주려 애썼다. 그런데 천라이가 위단을 상찬하고 리링을 비판했다. 두 사람은 베이징대의 동료 교수(리링은 중문과, 천라이는 철학과)이자 위아래 층에 사는 가까운 이웃이었다. 리링이 네 살 많지만 오래된 친구처럼 지냈다고 한다. 그에 앞서 천라이의 제자인 양리화(楊立華·베이징대 철학과 교수)가 리링의 저작을 ‘대중에 영합하려다가 욕을 자초한 불경한 저작’이라고 비판했다. 천라이도 유교 관련 신문에 점잖은 편지 형식의 글로 이를 두둔했다. 당시 리링의 저작을 옹호하는 측과 맹렬히 비판하는 측이 한바탕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혹자는 이를 “자유주의와 대륙 신유가(新儒家:문화보수주의)의 논쟁” 혹은 “고증과 의리의 논쟁”이라고 개괄한다. 하지만 천라이의 비판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그는 현재 칭화대와 베이징대에서 후학을 양성하면서 칭화대 국학연구원 원장, 중국철학사학회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한마디로 주류 학계의 정점에 서 있는 인물이다.

두 사람 간에는 크게 두 가지 이견이 존재한다. 먼저 국학(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입장이다. 리링은 매우 비판적이다. “국학은 나라가 나라 꼴이 아닐 때 생겨난 학문”이라며 “이른바 국학은 중국적인 것도 서양적인 것도 아닌 혼란스러운 개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천라이는 ‘문화적 자각에 기초한 개념’이라며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리링의 견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중국 사회의 국학 열기를 볼 때 천라이의 견해에 방점이 찍힌다. 둘째는 후스(胡適)와 펑유란(馮友蘭)에 대한 평가다. 리링은 후스를 높이 평가한다. 후스는 중국 철학사를 쓰면서 노자가 공자보다 시대적으로 앞선 인물이라고 보았고 제자백가를 평등하게 서술했다. 하지만 펑유란은 공자를 노자보다 앞선 인물로 보고 유학을 매우 중시했다. 천라이는 펑유란의 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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