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폭력사태 악화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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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자카르타 = 진세근 특파원, 딜리 = 외신종합]동티모르 주민투표에서 압도적으로 독립이 결정된 뒤에도 폭력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견단 (UNAMET) 직원들을 쫓아냈으며, 리퀴차에서는 미국 출신의 비무장 유엔 경찰관이 민병대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고 호주 시드니로 후송됐다.

말리아나에서는 15세 소년이 외국인에게 마을을 떠나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혀를 잘렸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주도 (州都) 딜리에선 민병대가 독립파 주민들이 주로 거주하는 외곽 베코라 지역에 불을 지르고 도심 곳곳을 차단, 밤새 총격전을 벌였다.

또한 군.경찰이 잔악행위를 하는 민병대를 진압하지 않고 오히려 협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주민들은 산과 교회로 피신하고 있으며 보트를 이용해 섬을 탈출하고 있다.

이같은 치안 불안으로 8일 석방될 동티모르 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의 신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구스마오는 5일 유엔 안보리에 다국적 평화유지군 (PKO) 을 즉각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하비비 대통령은 "의회가 독립을 승인할 때까지 평화유지군을 받아들일 수 없다" 고 말했다.

위란토 인도네시아군 총사령관은 "질서 유지를 위해 1천4백명의 군대를 파견하겠다" 고 밝혔다.

그러나 동티모르 주민들은 "인도네시아군은 지난 23년 동안 독립운동을 탄압해 온 세력" 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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