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동티모르 표정…테러 공포에 '숨죽인 환호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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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딜리 = 진세근 특파원, 워싱턴.시드니 = 외신종합]동티모르 주민투표 결과가 압도적인 독립 지지로 발표된 4일 딜리시는 승리의 환호성은 별로 없고 대체로 조용함을 유지했다.

패배한 친 (親) 인도네시아계 민병대의 테러 위협이 두렵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집안에만 머물렀고 상가도 철시한 가운데 거리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과격파 민병대 아이타라의 지도자 에오리코 구테레스 (29) 는 이날 오전 딜리 코모르 공항에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고 "투표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 며 "우리는 게릴라전을 통해 최후의 1인까지 저항할 것" 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에오리코는 이날 낮 12시25분발 자카르타행 메르파티 항공편에 탑승, 사실상 도피길에 올랐다.

○…선거감시단과 외국 언론인들이 머물고 있는 마코타 호텔. 로비엔 일부 주민들이 몰려와 TV로 투표결과 발표를 지켜보았으나 기쁜 표정도 잠시, 서둘러 귀가했다.

독립 지지파가 절대적으로 많은 일부 지역에서만 주민 몇몇이 거리로 뛰쳐나와 "만세" 를 외쳤다.

주위에 반대파들이 없는 걸 확인한 코모르 공항 구내식당 여주인 산피 (37) 는 기자에게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원더풀" 이라고 말했다.

○…투표결과 발표 2시간30분 뒤인 오전 11시30분쯤 마코타 호텔 주변에서 총격전이 발생, 긴장감을 자아냈다.

민병대들은 호텔 뒤쪽 숲속에서 M - 16을 10여발 발사했으며 호텔 주변을 경계중이던 군인과 경찰 2백여명이 즉시 현장으로 출동해 총격전은 1분만에 종료됐다.

군인들은 "오늘 새벽 딜리 주변에 집결해 투표결과 발표 직후 시내 진입을 명령받았다" 고 말하고 "오늘부터 시내 전역 주요시설에 대한 1급 경계태세에 돌입할 것" 이라고 밝혔다.

○…유엔 소속 치안담당인 민간경찰 (시빌 폴리스) 측은 오전 9시 딜리시내 마코타 호텔 등 주요 호텔에 분산 숙박하고 있는 외신 기자들에게 "오늘부터 마코타 호텔 이외 지역에 대한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 고 말하고 "모든 외신기자들은 마코타 호텔로 자리를 옮겨달라" 고 당부했다.

○…중동을 방문 중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은 이날 주민투표 결과에 대해 "동티모르인들은 최근 몇주간 위험과 어려움에 직면해가며 새로운 국가 탄생을 위해 중요한 발걸음을 디뎠다" 며 축하.

그러나 그는 폭력사태가 뒤따를지 모른다는 전망과 관련, "이제는 혼돈과 유혈의 시대가 아니라 화해와 협력의 시기" 라며 "다음 단계로 인도네시아 정부와 국민이 안전한 환경을 조성, 재앙을 막는다면 국제사회에서의 인도네시아 지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 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는 투표 결과에 대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알렉산더 도우너 외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우리는 동티모르가 진정한 독립국가로서 호주의 성공적인 이웃이 되는데 최선을 다해 도울 것" 이라고 말했다.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일본 총리는 "관련 주민 모두 투표결과를 받아들이길 바란다" 며 "인도네시아 정부가 치안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줄 것" 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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