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뉴스] '섬을 지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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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독도는 하나지만
섬은 별만큼 많다.
'섬'이 된 '독도'를 우리가
애써 지킬 필요 없다.
독도가 다케시마라 해도
무방하다.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되거나
고구려가 중국 변방의
역사라고 들어도 고개나
끄덕이면 되는 것이다.

'독도'가 그냥 '섬'인
판에 '독도를 지켜라'라는
모바일 게임을 만들어
애국심을 환기시키려던
남북한 기업의 공동 발상은
국제적으로 촌스럽다.

반면에 일본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독도'를 '섬'으로
바꾼 뒤에야 출시 승인을
해준 우리 통일부
공무원들의 행정 감각은
가위 국제적이다.
어떤 역사의식이나
나라 간의 이해타산도 다
거세해 버리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일본은 왜
움직이지 않고 거기
서 있는 독도를 한사코
다케시마라고 주장할까.
동해가 일본해라고
목청 높일까? 뭘 위해?
그들이 억지부리는 이유,
그들이 알고 우리도 아는데
우리 정부 사람들은
왜 '알아서 기는' 걸까.
역사의식이 그만큼이나
깊고 곧아서?

아님 혹시 우리 정부 내에
애국심 깊은 일본인
몇몇이 위장취업을
하고 있는 걸까?

*남북 기업이 공동개발해 지난 3.1절에 내놓기로 했던 모바일 게임 '독도를 지켜라'가 통일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섬을 지켜라'로 이름을 바꾼 뒤 5개월이 지나서야 출시됐다.

송은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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