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하토야마 막걸리 건배 … 진전된 과거사 언급 나올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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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8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현대·기아자동차 기술연구소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고 현장을 시찰했다. 이 대통령이 현대자동차에서 개발한 전기자동차(모델 i-10)에 시승해 내부를 살펴보고 있다. [조문규 기자]

9일과 10일 서울과 베이징에선 한국·중국·일본 3개국 간 정상외교가 숨 가쁘게 전개된다.

이명박 대통령은 9일 오전 청와대에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다.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뒤인 이날 오후 시차를 두고 베이징으로 날아간다. 10일 오전 베이징에선 원자바오(溫家寶) 중국총리가 참가하는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린다. 이 대통령과 원 총리의 한·중 정상회담 일정도 잡혀 있다.

◆한·일 ‘막걸리 외교’=하토야마 총리의 방한은 지난달 총리 취임 후 처음이다. 하토야마 총리로선 첫 양자 정상외교를 위한 해외방문이다. 지난달 뉴욕 유엔 총회에서 만났지만 이는 총리 취임 전에 이미 짜여있던 다자외교 일정이었다. 두 정상 간 만남에서 관심 거리는 하토야마 총리가 과거사 관련 언급을 할 것인가다. 그는 지난달 뉴욕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민주당 새 정권은 역사를 직시할 용기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회담이 35분간의 약식 회담이었던 만큼 이번 방한에선 보다 진전된 언급이 나올 수도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하토야마 총리가 방한을 하루 앞둔 8일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무라야마 담화’를 가슴에 안고 행동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무라야마 담화는 1995년 8월 15일 당시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내각 결정을 근거로 일본의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공식적으로 사죄한 담화다. 청와대 상춘재에서 진행될 한·일 정상 간 오찬에선 처음으로 막걸리가 공식 건배주로 등장할 예정이다. 쌀 막걸리에 자색 고구마를 넣은 ‘자색 고구마 막걸리’다. 자색 고구마는 한국과 일본의 고구마 품종을 교배한 것으로 양국 간 ‘화합’을 상징할 수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원자바오, 김정일 얘기 풀까=원자바오 총리는 이달 초 방북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북한 핵문제를 직접 논의한 당사자다. 김 위원장은 원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미 양자회담 결과를 보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회담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따라서 10일 베이징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 언급의 진의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실제로 6자회담에 복귀할 생각이 있는지 등에 대해 원 총리가 생생한 느낌을 전달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도쿄=김동호 특파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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