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대학 몰아주기 'BK21'선정 사립.지방국립대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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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결국 들러리만 선 꼴 아닙니까. " 교육부의 두뇌한국 (BK) 21사업 지원대상 대학 선정 결과가 발표된 31일 그 내용에 불만을 가진 상당수 대학들이 일제히 교육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이들 대학은 심사의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지원규모가 가장 큰 과학기술분야에서 서울대가 9개 주관대학 자격을 따내는 등 서울대.과학기술원.포항공대에 지원이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온 이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연세대.고려대.서강대.이화여대 등 사립대학과 경북대.전남대 등 지방 국립대 등의 반발이 거셌다.

또 일부 대학에서는 김덕중 (金德中) 교육부장관이 총장으로 재직했던 아주대가 과학기술분야 대학원 육성사업과 특화사업에서 지원받게 된 것과 관련, 심사 배경에 의혹을 제기했다.

과학기술 6개 분야에 주관대학 자격을 신청했다가 2개 분야만 선정된 연세대는 선정 결과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지난달 29일부터 3일동안 보직교수를 중심으로 비상대책회의를 가졌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교수는 "아예 지원금을 한푼도 받지말자는 의견도 개진됐다" 고 전했다.

이 대학 박영필 (朴寧弼) 대학원장은 "서울대.과기원 등 지금까지도 국가의 많은 지원을 받은 대학에 또다시 엄청난 규모의 지원을 하는 것은 교육개혁에도 어긋나는 일" 이라고 전제, "선정경위를 납득할 수 없다" 며 교육부에 사업 심사서류 공개를 요구했다.

연세대는 1일 총장이 선정 결과에 대한 공식 논평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고려대.서강대 .이화여대 등 다른 사립대들도 "지원 조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정할 때부터 결국 특정대학에 지원금을 몰아주려는 의도 아니었느냐" "그동안 인적.물적 자원의 서울대 편중 현상을 바로잡기 위한 다른 대학들의 노력이 일거에 물거품이 됐다" 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국사립대교수협의회 조명환 (趙明煥.건대 생물학과) 부회장은 "특정대학.특정학과를 제외한 다른 부분의 학문발전을 가로막는 이 사업 자체를 철회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또 고려대.연세대 총학생회는 "한 사회의 정신적 환경을 바꾸고 대학의 운명을 결정할 중대한 사업이 국민적 합의없이 행정 당국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으로 추진됐다" 며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서울대 홍성태 (洪性台) 기획부실장도 "과학기술 분야에 연간 최대 3백억원을 지원받게 됐지만 지난해 교육부가 서울대에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을 때보다 줄어든 금액이라 섭섭한 느낌이 든다" 고 말했다.

이상언.배익준.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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