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어떻게 될까] 법학·의약계열 진학 '좁은 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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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주부 윤모(38)씨는 26일 대입제도 개선안이 발표되자 고민에 빠졌다. 중3 자녀가 학원의 '외국어고'반에 다니는 윤씨에게 '동일계열 특별전형을 늘린다'는 점은 특목고의 위상을 높이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외고나 과학고를 나와 의약계 가기는 어려워진다'는 의견도 있어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특목고생이 법학이나 의학계열 등으로 진학하는 비동일계 진학을 강제로 막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동일계열 진학을 쉽게 해 교육과정 운영을 정상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특목고에는 설립 목적에 부합하는 전문교과 운영을 대폭 강화하는 대신, 설립학과와 무관한 '대입 전략 과목'의 강의를 어렵게 할 방침이다. 현행 교과 이수단위(192단위)의 10% 범위에서 교과과정을 증편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을 전문교과에만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또 동일계 특별전형을 대폭 늘려 과학고 출신자가 이공계로, 외국어고 출신자가 어문계로 진학하기 쉽게 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특히 의학 및 치의학 계열은 의학.치의학 전문대학원 체제로 바뀌고 있는데다 이르면 2008학년도에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도 도입될 예정이어서 특목고 열풍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특목고 관계자나 관련 학원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전반적인 제도 개선의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특목고에 대한 선호도는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외국어고 강병재(지구과학) 교사는 "동일계 특별전형 강화는 특목고의 설립 취지에 맞기 때문에 옳다고 본다"며 "그러나 바뀐 제도에서 특목고 학생들이 법정.경상 계열로 진학하는 것이 반드시 어려워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특목고 입시 전문학원 원장도 "각 대학의 기본적인 목표는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는 것 아니냐"며 "결국 논술.면접 등 대학별 전형을 통해 우수한 학생을 뽑으려 할 텐데 특목고 출신들이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은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어문계열(외고)과 이공계열(과학고) 진학을 염두에 둘 경우 상대적으로 우수학생이 모이고 교육여건이 나은 특목고가 유리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반면 비동일계열, 특히 의약학계열 진학은 그간 내신의 불리함을 덜어준 수능이 사실상 '자격고사'로 변함에 따라 특목고생의 이점이 지금보다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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