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책사러갔다 지갑분실 직원이 차비 꿔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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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 전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여분의 교과서를 사주기 위해 '국정교과서' 라는 회사에 택시를 타고 갔다.

교과서 몇권을 고른 후 책값을 지불하려고 지갑을 찾는데 무슨 일인지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

주머니를 모두 찾아봤지만 지갑은 없었다.

한참을 생각해보니 택시비를 지불한 다음 지갑을 좌석에 두고 내린 것이 떠올랐다.

순간 나는 당황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그때 국정교과서의 직원이 "이왕 고른 책인데 가져가시고 책값은 나중에 온라인으로 부쳐주세요" 라고 친절히 말하는 것이었다.

그 직원은 또 "아 참, 지갑을 잃어버리셨으니 차비도 없으시겠네요" 라며 주머니에서 3천원을 꺼내 주었다.

나는 너무 고마워 책값과 차비를 꼭 부쳐줄 것을 약속하고 총총히 나왔다.

그 회사를 나오면서 아직 우리 사회의 인정은 마르지 않았구나 하는 흐뭇한 마음에 지갑을 잃어버렸다는 괴로운 생각도 말끔히 가셨다.

돌아오는 발걸음도 한결 가벼웠다.

양현희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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