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보다 더 못한 '파업'…시민들, 짜증 청문회 외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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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조폐공사 파업유도 사건에 대한 국회 청문회가 26일 시작됐으나 시민들의 눈길은 좀처럼 생중계하는 TV로 가지 않았다.

강희복 (姜熙復) 전 사장 등 조폐공사 전.현직 직원들을 상대로 증인신문이 벌어졌지만 초반부터 무기력한 질문과 무성의한 답변이 이어지면서 옷 로비 사건에 이어 다시 알맹이 없는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원들이 증거자료나 논리없이 姜전사장에게 "파업유도를 하지 않았느냐" 고 윽박지르고 姜전사장도 "전혀 그렇지 않다" 는 말만 되풀이하자 그나마 TV를 지켜보던 시민들도 짜증스러워했다.

파업유도를 추궁하는 국회 분위기 역시 실체적 진실에는 접근도 못한 옷 로비 청문회로 인해 "이런 청문회를 왜 하느냐" 는 비판 여론이 비등해 맥빠진 느낌이었다.

서울 여의도 한 전자회사에 근무하는 李모 (38.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씨는 "사무실에 TV는 틀어놨지만 청문회에 주목하는 동료는 거의 없었다" 고 전했다.

회사원 김민희 (金珉熙.26.여.서울 광진구 노유동) 씨는 "무엇 때문에 이런 내실 없는 청문회를 하는지 모르겠다" 며 "노골적으로 거짓말을 일삼는 증인은 반드시 가려내 엄벌해야 한다" 고 말했다.

참여연대.경실련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지금같은 청문회는 국고 낭비에 불과하며. 특별검사제를 통해 각종 의혹 사건을 재조사해야 한다" 고 밝혔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 (金石洙) 사무처장은 "유권자를 두려워할 줄 모르는 일부 저질 의원들에 대해 반드시 표로 심판해야 저질 청문회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 이라고 강조했다.

고려대 서진영 (徐鎭英.정치학) 교수는 "수사권 없는 청문회가 얼마나 무력한 가를 여실히 보여줬다" 며 "국회 청문회의 수사권 확보가 절실하다" 고 지적했다.

이규연.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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