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담포 쾅쾅, 뚝심투 팡팡 … 두산 가을의 설욕, 이제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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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회 초 2-0으로 달아나는 솔로홈런을 친 두산 최준석이 홈을 밟은 뒤 두산 팬들을 향해 오른팔을 들어올려 인사하고 있다. 두산은 경기 초반 SK 선발 글로버를 홈런 두 방으로 두들기며 승기를 잡았다. [인천=뉴시스]

두산이 7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홈팀 SK를 3-2로 꺾고 첫승을 따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SK에 당한 패배를 설욕하려는 두산은 선발투수 금민철의 호투와 고영민·최준석의 홈런포에 힘입어 기분 좋은 첫발을 내디뎠다. 지난해까지 19차례의 5전3선승제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15번(78.9%) 있었다. 2차전은 8일 오후 6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2차전에서 양팀은 각각 카도쿠라(SK)와 세데뇨(두산)를 선발투수로 내보낸다.

◆‘골든 보이’의 위력=좌완 금민철의 별명은 ‘골든 보이’다. ‘금(琴)’씨의 한글 발음이 ‘금(金)’과 같기 때문이다.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금민철은 이날 경기에서도 역투를 펼쳤다. SK 에이스 글로버와의 선발 맞대결에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최고 시속 140㎞대의 묵직한 직구와 안정된 변화구 제구력을 앞세워 5이닝을 6피안타·1실점으로 막아냈다.

1-3으로 쫓긴 2회 말 2사 1, 2루 위기에서 박재상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고, 3회 2사 2, 3루에서도 최정을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하는 등 빼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두산은 6회부터 고창성-지승민-임태훈-이용찬 등으로 이어지는 불펜을 가동해 승리를 지켜냈다.

◆바람이 도와준 홈런=김성근 SK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바람이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3루에서 1루쪽으로 분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두산 오른손 타자 고영민과 최준석은 1, 2회 각각 글로버의 높은 공을 밀어쳐 솔로 홈런을 때려냈다. 두 개의 홈런 모두 바람을 타고 오른쪽 담장을 살짝 넘어갔다. 감기 몸살을 앓고 있는 고영민은 3회에는 볼넷 뒤 2루 도루에 성공하고 2루 수비에서도 악착같은 플레이로 동료들의 사기를 높였다.

반면 SK는 6회 무사 1루에서 대타로 나온 이호준의 타구가 오른쪽 폴을 살짝 벗어나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글로버는 올 정규시즌 두산전에서 3경기 17과3분의2이닝 동안 단 한 개의 홈런도 내주지 않았으나 가을잔치에서 결정적인 두 방을 얻어맞아 패전투수가 됐다.

◆SK 타선 ‘너무 쉬었나’=19연승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한 뒤 11일 만에 실전에 나선 SK는 타선 집중력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열흘 중 7일간 훈련을 하고 자체 청백전도 몇 차례 했지만 결정적인 득점 찬스에서 특유의 응집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0-3으로 뒤진 2회 말 두산 내야진의 잇따른 수비 실수로 기회를 잡았으나 박재홍의 적시타로 한 점을 추격하는 데 그쳤다. 안타수는 8-6, 볼넷 수도 3-1로 앞섰으나 8회 박정권의 솔로 홈런으로 한 점을 더 만회했을 뿐이다. 김성근 감독은 경기 뒤 “공격력이 따라주지 못해 졌다”고 평했다. 

인천=신화섭 기자

◆김경문 두산 감독=9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경기였다. 어려운 경기에서 선수들이 잘해 줬다. 이용찬을 9회 마무리로 낼지, 임태훈을 계속 던지게 할지 잠깐 고민했지만 이용찬을 믿었다. 올해 세이브왕을 믿지 못한다면 이용찬에게 앞으로 중요한 상황을 막아 달라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더 큰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김성근 SK 감독=홈런 두 개가 바람을 타고 넘어간 게 패인이다. 오른손 변화구 투수 글로버 입장에서도 불리한 바람이었다. 구원 투수들이 좋은 피칭을 했다는 게 소득이다. 이호준은 원래 6회 말이 아닌 3회 말 최정 타석 때 대타로 내려했다. 승부처였는데 경기 초반이라는 생각에 결정을 미뤘다. 감독의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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