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찾는 4살 소녀 혼자서 아프리카 종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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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외국에 있는 아빠를 찾아 아프리카 대륙 4천㎞를 혼자 여행한 네살배기 소녀 이야기가 요즘 스페인 국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내전에 시달리는 콩고민주공화국 출신 클라리스 키푸파는 이달초 지브롤터해

협에 인접한 북아프리카의 스페인령 수타와 모로코 국경지역을 헤매다 스페인 국경수비대에 발견됐다.

당시 클라리스가 지니고 있던 것은 자신의 이름과 국적, 스페인 북부도시 기종에 거주하고 있는 아빠의 전화번호가 적힌 메모지 한장뿐이었다.

클라리스의 아빠 무비알라는 2년전 콩고민주공화국의 전신 자이르가 반군 지도자 롤랑 카빌라의 손에 넘어갈 당시 부인과 세 자녀를 등지고 스페인으로 도피, 현재 용접기술을 배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비알라가 조국을 떠난 이유는 자이르의 압제자 모부투 세세 세코 대통령의 악사로 활동한 경력 탓에 카빌라의 보복이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스페인 경찰당국은 무비알라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를 바탕으로 클라리스가 여행을 계획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무비알라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막내딸이 그렇게 먼 길을 찾아올지 몰랐다" 며 아내와 나머지 두 자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안절부절못했다.

일각에서는 모종의 조작극이 아닌가 의심도 한다.

네살짜리 소녀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아프리카 대륙을 종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에도 온두라스의 13세 소년이 뉴욕에 거주한다는 아빠를 찾아 7천㎞를 여행했다고 해서 큰 화제가 됐지만 결국 소년의 거짓말로 드러났던 적이 있다.

이훈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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