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보 알고도 이틀 뒤 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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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MBC 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된 "KAL기 폭파사건 범인 김현희의 일본어 교사 이은혜는 납북되지 않았다"는 기사는 뉴스 진행자(앵커)의 실수에서 비롯된 오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오보라는 사실이 알려진 24일에도 정정보도를 하지 않은데다 인터넷 홈페이지의 '뉴스 다시 보기'에도 25일 오후까지 오보를 그대로 게재하는 등 잘못을 바로잡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논란이 불거지자 MBC는 25일 뉴스데스크 중간에 '살해 밝혀진 여성 이은혜 무관'이라는 자막과 함께 정정보도를 내보냈다.

23일 오후 8시55분부터 시작된 MBC 뉴스데스크에서 엄기영 앵커는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알려졌던 이은혜라는 일본인 여성은 실상은 납북된 게 아니라 일본 국내에서 살해됐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은혜는 KAL기 폭파사건의 김현희가 북한에서 공작원 교육을 받을 때 자신의 일본어 교사라고 진술한 인물이다. 1991년 김현희가 일본 수사관의 사진대조 조사에서 실종된 일본인 다쿠치 야에코가 자신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준 이은혜와 동일인물이라고 밝혀 실체가 드러났다. 그동안 이은혜의 존재는 김현희가 북한 공작원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이은혜가 납북된 것이 아니라는 이날 보도는 지금도 심심찮게 조작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KAL기 폭파사건 자체를 의심하게 할 수 있는 파장이 큰 기사였다.

하지만 이날 뉴스에서 앵커 코멘트에 이은 김동섭 도쿄특파원의 보도에는 '이은혜가 살해된 것'이라는 내용은 없었다. 이시카와라는 한 여교사가 실종된 지 26년 만에 살인범의 자수로 발견됐다는 단순한 사건 보도였다. 단지 이시카와가 실종된 뒤 KAL기 폭파사건이 터지면서 김현희의 일본어 교사가 일본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가족들이 "혹시 이시카와가 납북된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었다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이에 대해 엄기영 앵커는 25일 "내가 기사내용을 잘못 이해해 빚어진 실수"라고 시인했다.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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