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육아 걱정없어요"美HP社는 '여성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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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미국의 컴퓨터회사인 휴렛패커드 (HP)가 잇따른 직장내 남녀 차별제도 철폐로 '여직원들의 천국 (天國)' 으로 꼽혀 화제다. 적어도 이 회사에서는 여성들이 가정생활을 위해 직장을 포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HP의 직원들은 1주일에 10시간씩 3일만 일하면 정규 보수의 75%를 받을 수 있고, 주 4일씩 재택근무를 할 수도 있다.

또 최고 1년까지 무급휴가를 얻을 수도 있다. 이같은 제도는 물론 남녀 공통적으로 적용되지만 주로 이용하는 이들은 역시 여직원들.

이런 제도가 마련되자 그동안 육아.출산 등으로 회사를 떠났던 30대의 우수한 여직원들이 대거 재입사했다.

최근 칼리 피오리나 (44)가 최고경영자 (CEO) 로 영입된 것도 여성이 대우받는 HP의 기업문화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HP의 경영자 가운데 여성의 비율도 현재 25%로 미국내 최고 수준. 퇴직하는 남녀 직원의 비율도 90년대 초반에는 여성이 남성의 두배였으나 지금은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전체 퇴직률도 미국 기업 평균 17%보다 훨씬 낮은 5%에 불과하다.

HP의 이같은 여성존중 문화는 루이스 플랫 (58) 회장의 개인적 사연에서 비롯됐다. 플랫은 81년 아내가 암으로 죽은 뒤 당시 9, 11세였던 두 딸을 직접 키우게 됐다.

주말마다 쇼핑을 함께 하고 아침 일찍 일어나 숙제를 도와주는 등 아이들을 돌보면서 직장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을 실감했다는 것. 여권주의자로 변신한 플랫은 92년 CEO가 되면서 남녀차별제도 철폐에 적극 나섰다.

그는 지금도 "직원들의 가정은 HP의 최대 관심사다. 여직원의 어려움에 대한 이해는 경쟁력과 팀워크 확보를 위한 최대 관건" 이라고 강조한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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