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협력사 자금난 확산…4개중 1개꼴 어음할인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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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대우전자와만 거래하는 냉장고 부품 납품업체 I사 (경기도 김포시) 는 지난달말 이후 대우전자 발행 물품어음 5천8백만원어치를 시중은행에서 할인받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대표는 "시중은행으로부터 할인해 줄 수 없다는 최후 통첩을 19일 받았다" 면서 "납품업체에 줄 돈을 못 구해 쩔쩔매고 있다" 고 하소연했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가 지난 10~17일 자동차.중공업.전자.기전 등 대우 제조 계열사 협력업체 1백9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2%가 어음할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개 가운데 1개꼴은 아예 어음을 전혀 할인받지 못해 연쇄도산 위기에 처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앙회 박해철 세제금융부장은 "지난달 19일 대우 유동성 위기가 표면화된 이후 실시한 1차조사 때는 대우자동차 협력업체만 다소 고전하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번 조사 결과 자금난이 대우 전 계열사 협력업체로 확산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고 말했다.

대우의 1차 협력업체는 6천4백개로 추산되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그보다 많은 수의 2, 3차 협력업체들까지 도미노식으로 쓰러질 수 있다고 중앙회는 경고했다.

조사 내용을 보면 '어음할인이 전혀 안된다' 는 곳이 전체의 4분의1 가까운 24%에 달했고 '다소, 또는 매우 곤란하다' 까지 합치면 82.7%가 어음을 현금화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특히 종업원 50인 미만 소기업들의 경우 "어음할인이 전혀 안된다" 는 응답이 32.1%에 달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조사업체의 36.4%가 거래은행으로부터 추가 담보나 보증서 요구를 받았고 ▶29.3%는 어음할인 금리를 높게 (한달새 평균 6.8%에서 8.1%로 급등) 적용받기 시작했다고 답했다.

더욱이 어려움에 처한 대우 계열사들이 물품대금 지급시 어음.외상 비중을 높임으로써 협력업체의 자금난을 더 부추기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달전 대우 계열사의 어음결제 비중은 평균 86.9%로 이미 높은 수준이었으나 한달새 92.7%로 더 커졌다. 대우 어음의 평균 결제기일도 한달새 61.5일에서 1백12.3일로 50일 이상 길어졌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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