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 4대 강 사업 참여는 ‘위법’ 결론 내고도 추진 결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오른쪽)과 심명철 4대강사업추진본부장이 6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김형수 기자]

한국수자원공사(수공)가 4대 강 살리기에 대해 자체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곤란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국토해양부에 건의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6일 국회 국토해양위의 국토해양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성순 의원은 지난 8월 ‘하천사업의 자체 사업 가능 여부’라는 제목의 수공 내부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 따르면 수공은 정부 법무공단과 민간 법무법인 2곳(한길·우현지산), 사내변호사 등에게 4대 강 사업을 자체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지 법적 검토를 의뢰했다.

그 결과 4대 강 사업은 수공이 추진하기에 적절한 사업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그 근거로 하천법과 수자원공사법을 들었다. 하천법에 따르면 하천 공사와 유지·보수는 국토해양부와 지자체의 소관 업무라는 것이다. 수자원공사법에 따르면 수공은 이수(利水·물 이용) 목적의 사업만 수행할 수 있을 뿐 4대 강 사업 같은 치수(治水·홍수 및 가뭄 예방) 사업을 직접 추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수익이 생기지 않는 4대 강 사업은 준시장형 공기업인 수공의 사업으로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냈다.

법무법인 한길은 “국토해양부 장관의 대행 의뢰 없이 수공이 치수 사업을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사업 범위를 확대 해석할 경우 유사한 일을 하는 다른 기관과 업무가 중복되고 예산 낭비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사내변호사도 “최악의 경우 법률적인 쟁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수자원공사는 이 같은 의견을 8월 말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수공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으면서도 자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건 이율배반적인 행위”라며 “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재무건전성 악화를 가져올 중대 사안에 대해 무책임하고 불성실하게 대처한 건 아닌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수자원공사법은 ‘그 밖에 수자원의 종합개발과 그 이용을 위한 시설을 설치 또는 관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하천법과 수자원공사법을 감안해도 수공이 4대 강 사업을 할 수 있다고 봤다”고 반박했다. 국토부 관계자도 “하천법 30조에 국가의 하천관리청이 아닌 곳도 하천관리청의 허가를 받아 하천 공사나 유지·보수를 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정감사장에선 수자원공사를 두고 여야 간 공방이 계속됐다. 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한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당초 계획에는 정부가 하기로 했다가 정부의 재정적자를 덜기 위해 수자원공사에 떠넘긴 것은 분식회계”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 장관은 “야당 의원들은 ‘국가 채무를 줄이라’ ‘다른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줄어드니 4대 강 사업도 줄이라’고 하니 수자원공사를 통해 개발이익을 환수하겠다는 건데 왜 분식회계냐”고 발끈하면서 전·현직 장관들이 얼굴을 붉히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또 한나라당 백성운 의원이 “(이 의원의 질의에서) 잘못된 내용은 교정해야 한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 수공이 아니라 도로공사도 참여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큰소리로 항의하면서 한때 소란이 일었다.

◆감사원 "내년 1월 4대 강 감사”=이날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도 4대 강 사업이 논란이 됐다.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4대 강 생태 현황 현장조사는 2004년이 마지막이었다”며 “오래된 자료를 토대로 형식적인 검토만 믿고 사업을 진행하는 건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황식 감사원장은 이날 법사위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4대 강 사업의 실시 설계가 나올 내년 1월에 4대 강 사업에 대한 감사가 본격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비 감사는 이미 실시했으며 이달 중순 해외 자료도 수집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선승혜·홍혜진 기자 , 사진=김형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