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보신탕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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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개의 조상이 늑대일 것이라는 학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여러 학자들에 의해 제기돼 왔지만 재작년엔가 미국과 스웨덴의 동물진화학자들은 그것을 더욱 확실하게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늑대.개.자칼.코요테 등 네가지 동물에서 유전자 (DNA) 를 분리해내 분석한 결과 개와 늑대의 유전서열만이 유사하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와 함께 인간이 늑대를 길들여 가축으로 기른 것이 13만5천년 전부터일 것이라는 근거도 제시했다.

늑대가 개의 조상이 확실하다면 우리의 보신탕 예찬론자들에게는 매우 고무적이다.

어떤 동물이건 먹지 않을 수 없었던 원시사회에서 늑대가 예외일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늑대 가운데 어떤 개체 (個體)가 식용으로 즐겨 이용됐으리라는 논문이 발표된 적도 있다.

아전인수 (我田引水) 격의 해석일는지는 모르지만 조상인 늑대는 먹었는데 왜 후손인 개는 먹어서 안되느냐는 항변이 나올 법도 하다.

개를 먹는 우리네 관습이 근자에 이르러 여러 나라로부터, 특히 동물애호단체로부터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그 관습도 우리보다 중국에서 먼저 시작됐다.

명.청 (明.淸) 대에 와서는 주로 상류층만 먹을 수 있는 고급음식이었다고 한다.

청말의 정치가 이홍장 (李鴻章) 이 전권대사로 영국 런던에 갔을 때 총리로부터 선물로 받은 셰퍼드를 삶아먹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지구상 모든 나라들은 저마다 독특한 음식문화를 갖고 있다.

그것이 다른 민족에게 생소하거나 기이하게, 심지어 혐오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결국 문화의 차이일 따름이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는 툭하면 나서 한국의 '보신탕 문화' 를 비난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의 말고기 먹는 습관은 오래 전부터 외국사람들에게는 경멸의 대상이었다.

특히 영국 사람들은 그것을 '식인 (食人) 풍습' 에까지 비유하면서 혐오했다.

얼마 전 미국의 뉴욕타임스지가 한국의 보신탕문화를 비난했을 때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대사는 편집자에게 항의서한을 보내 '한국인의 고유 생활양식과 전통을 무시한 편향된 시각' 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보신탕 유통 합법화를 골자로 한 축산물가공처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면서 애견협회 등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또다시 공방이 재연될 조짐이다.

애완견이나 유용한 개들의 보호를 전제로 보신탕을 합법화하는 것은 어떨는지. 말복이 지났어도 보신탕을 찾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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