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 펴낸 ‘미녀들의 수다’ 베라 홀라이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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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생활의 경험을 녹여 쓴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의 저자인 베라 홀라이터는 자신의 책을 “유머가 가미된 여행 에세이”라고 소개했다. [김경빈 기자]

그는 뜻밖에 담담했다. 최근 한국 비하 논란의 주인공으로 떠올라 일부 네티즌으로부터 ‘위선자’라고까지 불릴 만큼 호된 공격을 받은 터였다. 그를 만나면 다소 격앙된 목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상은 빗나갔다. 독일에서 6월말 먼저 출간되고 5일 한국어 번역본이 나온 『서울의 잠 못 이루는 밤』(문학세계사)의 저자 베라 홀라이터(Vera Hohleiter·30) 얘기다. 만나기 전부터 그는 “인터뷰는 영어로 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고 보다 정확하게 내 생각을 표현하고 싶다”는 설명이었다.

◆한 독일 여성의 좌충우돌 한국 적응기=독일어 책에서 한국을 부정적으로 기술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전문번역가도 아닌 사람이 부분만 발췌해 옮겨 놓으면서 얘기가 잘못 전해졌다”고 했다. 자신이 출연하는 KBS-2TV ‘미녀들의 수다’에 관한 내용은 하지도 않은 얘기까지 보태져 있었단다.

“기분 좋은 일은 아니죠. 한국인 친구들을 통해 인터넷 얘기는 들었지만 그 글들을 다 읽지는 않았어요. 그걸 모두 읽었다면 상처를 받았을지도 몰라요(웃음). 하지만 책 내용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준 사람들이 주변에 더 많았어요.”

책에는 긍정적인 내용만 나오지는 않는다. 한국 여성들이 미니스커트를 입고 계단으로 올라가며 가방으로 가리느라 불편해하고, 지하철에서 서로 밀친다는 내용은 모두 등장한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폭넓은 관용을 요구하고, 이에 반비례해 외국인 방문객의 식습관에 대한 배려의 폭은 좁다”며 한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사는 고통도 털어놨다.

한국인에게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은 더 있다. 폭탄주 문화, 가족에게 돈대는 사람으로 전락한 기러기 아빠, 외국인이 보기에는 다소 과도해보이는 애국주의에 대한 매운 지적도 보인다. 하지만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유머를 곁들여 쓴 ‘베라의 좌충우돌 한국 적응기’다. 한국인 남자친구를 만나 사랑에 빠져 정착하게 된 과정, 남자친구의 가족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애쓴 내용 등 애틋하게 읽히는 이야기도 적잖다.

◆한국행 원하는 외국인 독자 길잡이 구실=홀라이터는 책의 서문에서 “ 지구상에 흠잡을 데 없는 나라가 있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않고, 실제로도 그런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한국의 단점을 숨겨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한국에 오기 전에 독일어로 된 한국에 대한 책을 열심히 찾아봤는데 별로 없었어요. 1980년대에 쓰여진 책도 봤는데 거기엔 ‘현대의 한국생활’이 담겨 있지 않았어요. 한국에 처음 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한국을 잘 소개한 책이 아쉽다는 생각을 했어요.” 독일에서 책이 출간된 뒤 “책을 읽고 한국에 가고 싶어졌다며 어학당, 숙박시설, 관광지 등을 물어온 독자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엔 한 스위스 학생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고 자랑했다.

“독일과 한국의 유머 감각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문화적 차이가 있다는 것은 그중 어느 나라가 우월하다는 뜻은 아니죠. 판단은 유보하고 ‘한국에 사는 외국인의 서울’로 함께 여행해본다는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바래요.”

이은주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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