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초원서 '야생을 배운다' 남아공 라파랄라 자연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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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 곳에 모여있는 검은 콩같이 생긴 분비물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잘게 부숴 냄새를 맡아 보세요. 지독한 냄새가 아닌 풀냄새가 날 겁니다. 초식동물의 분비물이기 때문이죠. "

지난달 2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南阿共) 요하네스버그에서 3백여㎞ 떨어진 노던프로빈스에 있는 라파랄라 자연학교의 야외학습시간. 세계 14개국에서 모인 청소년 50여명이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이 학교 수석교사인 하니커 반 머위 (47.여) 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청소년들은 처음에는 머뭇거리다 머위 교사가 직접 시범을 보이자 분비물을 손으로 쪼개 냄새를 맡아 보았다.

또 자신들의 키보다 2배 이상 큰 야생 알로에 잎을 따 맛을 보고는 상처난 곳에 쓰는 자연약재라는 것을 배운다.

머위 교사는 "자연은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역할뿐 아니라 의약품까지 갖춘 훌륭한 슈퍼마켓임을 직접 체험하며 깨달아 인간이 자연과 공존해야 한다는 절대명제를 가르친다" 고 말한다.

다음날 야외학습시간. 야생동물의 발자국을 쫓던 학생들은 하이에나떼와 대머리독수리에 의해 뼈를 드러낸 채 죽어있는 들소를 발견하고 자연속의 생태계를 배우기도 했다.

강가에서 악어와 하마를, 들판에서는 무리지어 뛰어가는 작은 사슴종류인 임팔라와 기린을 볼 수 있었다.

캐세이퍼시픽항공 후원으로 우리나라 고교생 4명도 6박7일간 이 학교에 입학했었다.

서울대원외고 3년 태정원 (17) 양은 "자연생물시간을 통해 인간과 자연이 함께 사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고 말했다.

제주도 넓이만한 초원 (5만9천1백 에이커) 을 이용하는 이 학교는 2백50여종의 조류와 코뿔소.기린.하마.코키리.표범 등 수천여종의 동물, 갖가지 식물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남아공 환경운동가 클라이브 워커 (62)가 85년 후원자의 도움으로 이 자연학교를 열었다.

라파랄라는 아프리카 말로 '휴식처' 란 뜻.

요하네스버그 =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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