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보' 빨라진 대우 외자유치…그룹 사활걸고 총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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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우그룹 외자 (外資) 유치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 대우전자 매각은 거의 성사단계며, 교착상태에 빠졌던 대우자동차도 미국 제너럴 모터스 (GM) 사와의 양해각서 (MOU) 체결로 걸음을 재촉하게 됐다.

외자유치 협상에 임하는 대우의 자세도 전과 다른 모습이다. 대우 고위관계자는 "그룹이 죽고 사는 것은 자동차.전자.조선분야 외자유치에 달렸다" 며 "경영권에 연연해하지 않고 연내에 협상을 성사시키겠다" 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정부 - 국내외 채권단 - 대우간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이 적지 않은 데다 대부분의 주요 협상은 아직 구속력이 없는 MOU 수준이라 결과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 협상 재개한 자동차 = 대우는 지난 78년 GM이 50% 지분을 갖고 있던 새한자동차를 인수하면서부터 인연을 맺어 왔다.

양측은 92년 결별했다가 지난해 2월 전략적 제휴를 위해 MOU를 체결, 75억달러 규모의 제휴 협상을 시작했으나 기아차 국제입찰, 삼성자동차 빅딜, GM 파업 등 악재가 겹치면서 유야무야됐었다.

하지만 앨런 페리턴 GM코리아 사장은 "이번에는 훨씬 구체적인 협상" 이라며 "최대한 빨리 매듭짓겠다" 고 말해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전했다.

이와 관련, 양측은 ▶협상대상은 승용차로 국한하고 ▶경영권 문제도 협상하고 ▶최대한 빨리 끝낸다는 것 등 세 가지 원칙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GM은 이미 대우에서 자료를 넘겨받아 재무현황을 검토했으며, 공장 실사를 남겨놓은 단계다.

대우의 한 관계자는 "결국 가격이 관건" 이라며 "값이 충분하면 51% 이상의 지분과 경영권을 가져갈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대우자동차 자산규모는 28조~30조원으로 외자유치 금액은 넘어가는 지분규모에 따라 30억~70억달러로 추정된다.

◇ 전자.조선 등 = 대우는 국내외 모든 전자사업 부문을 32억달러에 넘기기로 하고 지난달 9일 미 투자사인 왈리드 앨로마사와 MOU를 체결했다.

현재 왈리드 앨로마측이 공장 실사를 벌이고 있으며, 양측은 인수조건을 거의 매듭지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다음주 가전과 영상 부문을 한꺼번에 넘기는 내용의 합의사항이 발표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우중공업 조선 부문의 경우 50대50의 합작회사를 신설키로 하고 매킨지사를 주간사로 선정, 일본.유럽의 3~4개사와 접촉 중이나 매각규모가 60억달러에 달하는 데다 세계 조선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대우자동차 상용차 부문 (대형엔진.트럭.버스) 매각에는 스웨덴 스카니아사와 독일 만사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대우는 대우모터.오리온전기 멕시코 브라운관 공장 등을 대상으로 막판 조율을 벌이고 있다.

고현곤.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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