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 TV서 이 여자들 보면 당신의 배꼽 조심하시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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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무한걸스’란 제목 그대로 ‘무모한 여자들’이었다. 초반엔 ‘무한도전’의 아류란 비아냥도 많았다. 하지만 이 여자들, 꿋꿋했다. 캐릭터를 또렷이 구축하면서 자리를 잡더니 9일 어느새 방송 2주년을 맞이한다. 시청률도 케이블에선 ‘대박’이라는 1~2%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케이블 채널 ‘MBC 에브리원’의 ‘무한걸스’(매주 금요일 밤 11시 방송·사진) 얘기다. 2007년 10월 선보인 ‘무한걸스’는 송은이·신봉선·김신영·백보람·황보·정가은 등 여섯 MC들의 좌충우돌 도전기를 담은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달 11일 방송된 ‘무한걸스-중국 가다’ 편은 ‘무한걸스’의 최근 위상을 제대로 보여줬다. 중국 옌청에서 열린 ‘아시아 빅스타 콘서트’ 무대에서였는데 ‘무한걸스’를 알아본 중국 팬들의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전해졌다. 척박한 케이블 무대에서 2년째 승전기를 휘날리고 있는 ‘무한걸스’만의 매력은 뭘까.

지난달 30일 2주년 특집 촬영이 한창인 서울 여의도의 한 웨딩홀을 찾았다. 이날 녹화는 ‘팬들과 함께 하는 무한걸스’란 콘셉트로 진행됐다. 응모를 통해 당첨된 팬 16명이 녹화에 동참했다. 녹화 현장에선 ‘무한걸스’특유의 생생한 웃음 코드가 포착됐다. 멤버들은 자연스런 애드리브로 녹화장을 웃음 바다로 만들고 있었다.

2년 전만 해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이렇다할 두각을 나타낸 멤버는 거의 없었다. 신봉선·김신영 두 MC는 개그 프로그램에선 톱을 달렸지만 예능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무한걸스’의 가족 분위기는 자연스레 이들의 예능 끼를 끄집어냈다. 녹화장 밖에서도 자주 만난다는 멤버들은 맏언니 송은이씨의 맛깔스런 진행에 힘입어 자연스런 웃음을 연출할 수 있었다. 신봉선씨는 “‘개그콘서트’ 이후 잃었던 소속감을 되찾았다”고 했고, 김신영씨는 “예능 감을 찾게해 준 고마운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멤버들의 열정도 빼놓을 수 없다. 정가은씨는 위장 질환이 있는데도 식초 마시기 벌칙을 수행하다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김신영씨는 깁스 붕대를 한 채 해외 촬영에 참가하기도 했다. 공중파에 비해 제작비 등 환경이 열악하지만 열정과 끈끈한 팀워크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제작진 설명이다. 송은이씨는 “아무 준비 없이 골방에 집어 넣어도 수다 떨면서 촬영 분량을 만들어냈다” 며 “기막힌 호흡이 ‘무한걸스’의 최대 강점”이라고 말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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