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차시대' 벌써 시동 꺼지나…올들어 10%대로 추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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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경차의 전성시대' 가 벌써 마감되나. 90년대초 대우차 티코의 등장과 함께 돌풍을 일으켰고 지난해엔 국제통화기금 (IMF) 관리체제에서 15만6천여대를 팔며 급성장, 내수시장의 27.5%까지 차지했던 경차의 판매가 올들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초 26.2%로 시작한 경차의 판매율 (시장점유율) 이 3월들어선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5월 한달 기아차 비스토의 출시에 힘입어 20%선을 간신히 회복한 것도 잠시. 6월이후 시장점유율이 다시 15%대로 곤두박질한 데 이어 7월에는 13%대로 떨어졌다. 업계는 올 경차 판매를 12만대수준, 시장점유율은 15~16%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왜 시들해졌나 = 경차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최근 경기회복세로 인한 중대형차 수요 증가 ▶특별소비세.자동차세 인하로 인한 소형차와의 세금격차 축소 ▶경차만 누려온 1가구2차량 중과세 면제 혜택의 확대 ▶경차보다 유지비가 적게 드는 액화천연가스 (LPG) 다목적레저차량 (RV) 의 급속한 인기몰이 등으로 분석할 수 있다.

따라서 일부에서는 경차의 '반짝인기' 는 단지 IMF란 특수상황 때문이었다는 성급한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한국소비생활연구원이 자가운전자 8백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경차를 구입하겠다' 는 응답자가 18.9%에 불과했다.

또 84.5%가 '차량의 크기로 차주가 평가된다' 고 응답, 승용차를 신분과시용으로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여전함을 보여줬다.

◇ 업계 반응 = 업계는 선진국의 경차 보급률이 30~40%이나 국내는 아직 7%대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경차 수요는 계속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최근의 유가 (油價) 상승세도 경차 판매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경차는 수익성이 낮기 때문에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생산.판매를 확대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분석도 만만찮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체들은 경차 판매가 느는데도 불구하고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는 것을 감안할 때 국내 업체들도 중대형과 미니밴 쪽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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