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자르면 4억5000만원 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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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위험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에 그대로 방치했다간 가계가 무너질 판이다. 문제는 해법 찾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소득을 늘리는 게 상책이지만 지금으로선 기대하기 힘들다. 『평생 부자로 사는 재테크』의 저자 조진행 PB가 가계부채 줄이기 6계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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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가 암세포처럼 퍼지고 있다. 가계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 등 크고 작은 부채는 기본. 아직 현실화하지 않은 미래 부채까지 감안하면 가계부채의 위험성은 더욱 심각해진다.

가계부채 ‘제로’ 전략 짜기 #카드 쓰는 가정 초과지출 발생 … 교육비·보험 등 과감히 구조조정

이유는 어쩌면 간단하다. 가정경제가 부채로 꾸려지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와 마이너스 통장, 바로 이것이 가계부채의 진원지라 할 수 있다. 금액으로 보면 크지 않아 보이는 신용부채가 가계부채의 근간을 이룬다는 얘기다.

혹자는 이렇게 반문한다.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것을 두고 ‘빚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은가?” 아니다. 절대 지나치지 않다.

마이너스 통장은 한 번 만들고 나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원금 상환 없이 이자만 납입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담보대출 금리의 2배에 이르는 높은 이자다.

급여통장을 제아무리 CMA 계좌로 관리해도 1년에 10만원 이자를 만들기 어려운데, 1000만원 마이너스 통장 하나로 연 60만원의 이자를 지출하는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만큼 무서운 것이 더 있다. 신용카드다. 미국의 통계에 의하면 신용카드 사용자의 평균 지출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3분의 1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카드가 과소비와 부채를 유발하는 것은 가정의 유동성 지출 대부분이 신용카드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악순환 고리는 신용카드

유동성 지출은 항목이 많고 지출 규모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신용카드와 결합되면 예상보다 큰 과소비를 유발하게 마련이다. 또 일시적인 지출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초과 소비를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엄청난 부채 유발 원인이 된다. 가정의 재정 상담을 해보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가정에선 20만~30만원 정도의 초과 지출이 쉽게 발견된다.

이 20만원을 30년(경제활동기간) 동안 투자한다면 4억5000만원을 만들 수 있다. 빚의 악순환 고리를 만들지 않으려면 첫째도, 둘째도 마이너스 통장, 신용카드를 개설하지 않는 것이다. 너무도 뻔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경제학습을 받은 적이 없다. 다시 말해 직장 초년병들은 저축, 지출, 부채관리 등이 습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이에 따라 저축 계획이 수립되고, 돈 관리 습관이 만들어질 때까진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카드 사용은 보류하는 게 상책이다. 실제로 직장생활 초기 6개월~1년만 참으면 가계부채의 늪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이 말이 비현실적이라고 꼬집는 사람이 많을 게다. “마이너스 통장은 몰라도 신용카드를 만들지 말라는 것은 과언 아닌가?”

그럼 현실적 처방전을 제시한다. 이미 신용카드를 개설해 생긴 부채는 어떻게 줄일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재정 소방훈련이다. 과감하게 카드를 버리고 현금을 사용하는 것이다. 여기선 현금카드나 직불카드도 안 된다. 지폐 또는 동전만 사용하라는 것이다. 마이너스 통장,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으면 생활이 무척 불편할 것 같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미국의 2차, 3차 모기지의 대부분이 신용카드 부채를 상환하기 위함이라는 것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문제는 많은 가정의 부채가 신용카드, 마이너스 통장에서만 비롯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작은 대출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사례가 많다. 그렇다면 가정경제를 과감하게 수술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생활비·교육비·보험·신용카드 등 모든 지출을 상세히 분석해 과감히 구조조정하는 것이다. 이런 절차를 거치면 곳곳에서 낭비되는 돈을 찾아낼 수 있고, 저축 또는 보험 등의 조정을 통해 여유자금도 확보 가능하다. 그 후 저축·대출 통합관리 등 종합재정계획을 수립해 실천하면 부채의 악순환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가정은 이 같은 작은 부채 관리에 소홀하다. 이뿐 아니다. 가정은 크고 위협적인 부채와도 싸워야 한다. 주택 구입자금 대출이 그것이다. 주택 구입에는 아주 다양한 경제적, 심리적 요소가 결합돼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내 집 마련은 ‘성공 재테크+성공한 인생+품위 유지+훌륭한 자녀교육 환경’이라는 웬만한 주부들로선 포기할 수 없는 매력적인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정은 이런 우를 범한다. 현재의 모든 자산을 동원하고, 대출을 최대한 받는다. 심지어 가족의 도움까지 동원해 아파트에 투자한다.

되돌릴 수 없는 주택담보대출

대출금 상환이나 대출의 위험요소 따위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바로 이것이 부채 늪에 빠지는 지름길이다. 만일 수도권의 아파트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니면 지방 대도시들처럼 시중 금리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 정도의 상승에 그친다면 또 어떨까?

자산의 80%를 부동산으로 소유하고 있는 우리나라 가계 자산 구조에서 중산층의 전 재산은 아파트 한 채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저출산 고령화, 창업자금, 취약한 노후자금 등으로 인해 아파트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세계경제를 강타한 것처럼 우리나라의 부동산 문제 또한 아주 많은 변수와 큰 미래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이렇게 묻는다.“만약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조짐이 보이면 팔면 그만 아닌가?” 다음은 아파트 딜레마다. 아파트 가격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상황에선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심리, 포기할 수 없는 자녀의 교육환경 때문에 주부들은 선뜻 아파트를 팔지 못한다.

가격 하락을 넘어 추락으로 이어지면 더더욱 팔 수 없다. 팔면 손해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은 한 번 받으면 되돌릴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땐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다. 아파트의 미래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함께 모기지 상환에 대한 기회비용도 철저히 계산해야 한다.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15년간 상환할 경우, 원리금은 모두 1억6300만원에 이른다. 30년 상환의 경우 2억4000만원을 갚아야 한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내 집을 마련하려 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원리금 상환 계획이다. 이 계획은 현재 감당할 수 있는 원리금 수준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소득을 냉정하게 예측해 실현 가능한 상환 기간을 선택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개인 부채가 날로 심각해지는 것은 잠복해 있는 미래의 빚 때문이다. 자녀 교육비·노후자금이 그것이다. 이 자금들은 규모가 클 뿐 아니라 필수자금이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매년 7%에 가까운 높은 인상률을 보이는 대학 등록금으로 인해 학자금 대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학 교육비가 부모에서 자녀에게로 부채 상속이 이뤄지는 것이다. 노후자금은 더 심각하다. 국가도 개인도 부족한 노후자금의 해결 방법은 없어 보인다.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덜 쓰고, 저축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다. 역시 간단한 이야기 같지만 해법은 이것밖에 없다. 소득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로 인해 어느 때보다 중산층 파산 경고음이 크게 들려오고 있다. 그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다. 국가 부채는 국채를 발행해 해결하고 후대에게 떠넘길 수 있다고 치자.

가계부채는 과연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 결국 우리 미래 자녀들이 신용카드로 이를 갚아야 할지도 모른다. 부채 악순환의 고리는 너무도 쉽게 형성되지만 단단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가계부채 줄이기 6계명

1. 신용·직불·현금 카드 자르고 현금 사용하라
2. 신용대출 6개월만 참으면 가계부채는 없다
3. 직장생활 시작할 때 재정관리정책 짜라
4. 주택담보대출 받을 때 원리금 상환계획 철저하게 짜라
5. 생활비, 사교육비 등 작은 지출도 소홀히 하지 마라
6. 덜 쓰고 저축하는 습관 들여야 노후자금 모은다

가계부채 줄이기, IF…

1. 마이너스 통장 개설하지 않으면…
연간 60만원 절약 가능

2. 신용카드 과소비 20만원만 줄이면…
4억5000만원 저축 가능

3. 마이너스, 신용카드 부채 이미 발생했다면…
모든 카드 자르고 지폐·동전만 사용하라

가계 출구전략 올 가이드조진행 PB·『평생 부자로 사는 재테크』저자· chojunhaeng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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