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LG, 블런트 세금대납 요구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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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특혜는 없다. 한국에서 뛰려면 한국농구 규정을 지켜라." 프로농구 LG가 외국인 선수 버나드 블런트에게 '최후통첩' 을 했다.

LG는 "연봉에 부과되는 세금 (22%) 을 구단이 대신 내달라" 는 블런트의 요구를 거부하고 계속 무리한 요구를 하면 재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외국인 선수의 특혜 요구를 일축한 LG의 자세는 그동안 국내 구단들이 외국인 선수를 상대하면서 보여준 저자세와 비교할 때 파격적이다.

블런트가 재계약 조건으로 무리한 요구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실제로 일부 구단이 외국인선수의 세금을 대신 납부해주거나 뒷돈을 대준 예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 선수끼리 만난 자리에서 "누구는 구단에서 이렇게 해줬다더라" 는 식의 정보교환이 있었을 것이고 블런트도 이같은 정보에 고무됐을 것이다. 결국 블런트를 고자세로 만든 것은 국내 구단들이다.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삼성이 사무국장을 미국까지 보내 버넬 싱글튼에게 재계약을 읍소했다거나 LG가 블런트의 결혼식장에 구단 임원을 보낸 것도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붙들어두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블런트의 오만한 자세는 구단의 저자세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 줬다.

'앞으로는 모든 일을 원칙대로 처리하겠다' 는 의지를 밝힌 LG의 자세는 늦었지만 국내 구단들이 어떻게 외국인 선수들을 대해야 할지를 알려준 좋은 사례가 됐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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