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쓴소리] 나이 따지는 여성 직업교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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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얼마전 A대학교 사회교육센터가 '대졸여성 전문직 무료교육' 을 실시한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당시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마침 '직업상담사 교육과정' 이 개설돼 있어 반가운 마음으로 교육센터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받는 직원은 내가 질문하는 도중에 급히 말을 끊어버리더니 "몇살이냐" 고 물어봤다. 의아하게 생각하고는 나이를 말해줬더니 한마디로 "안된다" 고 잘라 말하는 것이었다.

너무 황당하기도 하고 괘씸하기도 해서 "왜 안되느냐" 고 했더니 "서른살 이상은 신청할 수 없다. 만 나이로 20대여야 한다" 는 것이었다.

너무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가 벌써 사회로부터 외면당할 나이인가 해서 소외감마저 들었다.

직장생활을 십년 넘게 하고는 이제 실업자가 돼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나서는 나의 생각이 무참히 짓밟혀버리는 순간이었다.

기사에는 이번 교육이 '노동부' 와 '여성특별위원회' 의 지원을 받아 시행되는 것이라고 했다.

국가자격시험에, 그것도 취업 못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에 어떻게 나이 제한을 둘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20대보다 30대가 더 풍부한 사회경험과 노하우를 가졌을 텐데 말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이라면 '실력과 의욕이 있지만 막상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 모두에게 개방돼야 옳은 일일 것이다.

정순옥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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