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의 모스크바 광장] 골프열기 뜨거운 겨울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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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1년 중 6개월이 겨울인 동토 (凍土) 의 나라 러시아에 요즘 골프 붐이 한창이다. 물론 아직은 모스크바에 위치한 18홀짜리 골프장 1개, 9홀짜리 골프장 1개,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위치한 3홀짜리가 전부지만 미래의 타이거 우즈나 박세리를 꿈꾸는 골프 지망생들의 열기는 뜨겁다.

모스크바 외곽 나하비노 골프장 (18홀) 엔 미래의 골프 스타를 꿈꾸는 10대 청소년들이 매일같이 비지땀을 흘리며 골프레슨을 받고 있다.

나하비노 골프클럽 주니어 캠프 2년차인 스베타 (16) 도 이들 중 한명. 지난해 러시아 주니어 프로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던 그녀는 미국 LPGA 진출을 목표로 매일 18홀씩 돌고 있다.

그녀가 골프에 입문하게 된 것은 2년 전 우연히 위성텔레비전을 통해 골프중계를 보고 골프가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 운동이란 사실을 알게 되면서부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도 포상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러시아의 현실이다 보니 '돈이 되는' 골프에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다.

모스크바 도심에 위치한 툼바 골프장 (9홀) 은 4~7세짜리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약식 골프놀이대회를 수시로 연다. 골프에 대한 관심을 북돋우는 게 목표다. 물론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 일반 가정 어린이들에겐 그림에 떡이다.

자본주의 국가의 부자들이나 하는 운동, 러시아 기후에 어울리지 않는 운동 등으로 골프를 매도하던 러시아인들. 인구수와 국토넓이에 비할 때 골프는 여전히 낯선 운동이긴 하지만 시장경제와 함께 서서히 러시아인들의 골프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현상이다.

김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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