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신임관장 공채통해 전문가 영입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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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최근 문화관광부가 지난 17일로 임기가 끝난 최만린 국립현대미술관장의 후임 인선을 이달 내로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미술계에서 "인선을 좀 늦추더라도 차제에 신임 관장을 공개채용하자" 는 의견을 모으고 나섰다.

미술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관에서 낙점하는 기존 방식으로는 다가오는 문화의 세기에 걸맞는 미술관 운영 전문가가 뽑히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미술평론가 최석태씨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이 되려면은 미술사 전공은 기본이며 21세기를 앞둔 지금 국제 미술계와 교류할 만한 감각과 역량을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고 주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응모를 받거나 미술계와 학계 등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추천을 받는 형식의 공개 채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래경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론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전문가가 요청되는 시점이다. 객관적으로 능력을 검증해 투명한 인선을 하려면 공채와 같은 제도적 보장이 뒤따라야 한다" 고 말한다.

지난 81년 대통령 령으로 공무원 대신 '전문직' 관장이 임명되면서 지금까지 미술평론가 2명과 작가 2명 등 4명의 관장이 이 곳을 거쳐갔지만, 미술관의 전문적 운영과는 거리가 있었다는 것이 미술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기에는 "소신있는 관장이 와서 미술관 개혁 작업을 밀어붙여야 한다" 는 인식이 깔려 있다. 사실 국립현대미술관의 '개혁' 은 어제 오늘 거론된 문제가 아니다.

그간 미술계와 언론에서 학예연구실 중심의 직제 개편.전문 인력의 확충 등 정부 차원의 과감한 '수술' 을 줄기차게 요구해왔으나, 여전히 문제 제기 수준에만 머물러 있는 형편이다.

미술계가 주장하는 가장 시급한 현안은 학예연구실 중심의 직제 개편이다.

전시 기획.작품 구입 등 미술관 핵심 업무를 학예연구실에서는 자문만 하고 사무국에서 집행권을 갖는 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

유물 관리와 연구를 맡는 학예연구실과 전시 지원을 담당하는 사무국이 서로 독립돼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예를 들며 적어도 국립중앙박물관 수준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말 개관한 덕수궁 분관의 운영 역시 전문가적 안목이 부재한 현 상황을 드러내는 단적인 예로 꼽힌다. 근대 미술 분야를 전문적으로 다루겠다는 애초의 야심과는 달리 현재 이 곳은 학예연구관이 분관장을 맡고 있으며 불과 3~4명의 상근 인원만 근무하는 상황이다. 이 곳의 독자적.전문적 운영은 역시 직제 개편과 직결돼 있다.

그러나 현재 문화관광부의 공식 입장은 "관장은 미술관을 총괄하는 관리자이므로 공채방식은 적합치 않다" 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거와 달리 미협 등을 중심으로 미술계 전체가 한 목소리로 강력하게 공식적 입장을 표명할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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