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균·이헌재씨 '대우관련 제주발언'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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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강봉균 (康奉均) 재정경제부 장관과 이헌재 (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이 24일 제주신라호텔에서 열린 전경련및 능률협회 주최 하계세미나에 참석, 대우문제에 대해 상세한 입장을 밝혔다.

康장관은 "대우가 최근 내놓은 10조원의 담보재산은 궁극적으로 자동차와 ㈜대우라는 2개 생존목표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므로 처분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康장관은 또 "김우중 (金宇中) 회장의 '자동차정상화후 퇴진약속' 자체가 대우 구조조정의 성공 가능성을 보장한다" 며 金회장의 퇴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한편 李위원장은 "대우의 유동성 위기는 채권단 결의로 26일까지는 해소될 것" 이라고 전망한 뒤 "대우그룹의 출자전환을 위한 대우계열사의 가치평가가 낮게 나오면 기존 주주지분의 감자가 불가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강봉균 장관 강연]

7월19일 대우의 '구조조정 가속화를 위한 실천방안' 발표는 대우그룹이 다른 4대 재벌과 함께 약속한 구조조정계획 추진상황이 여타 재벌에 비해 매우 부진한 결과 초래된 유동성 악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우는 당초 99년말까지 총 13조6천억원에 달하는 자구노력을 통해 부채를 감축하고 국내외로부터 자본금을 늘려서 부채비율 2백%를 달성하기로 하였으나, 2분기까지의 추진실적이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추진실적이 부진한 것은 두가지 요인 때문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첫째는 총수의 구조개혁 의지와 노력이 분명한가? 둘째는 총수는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시장의 신뢰가 없기 때문인가? 7.19 대우의 발표문을 보면 다른 재벌에 비해 구조개혁이 1년 이상 늦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금년 들어서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는 바, 이는 사실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총수의 의지가 강하더라도 시장에서 이를 확연히 눈에 보이도록 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장의 신뢰는 가시적 성과가 있을 경우에만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경제현실에서는 정부가 총수의 개혁의지를 믿고 안믿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으며, 시장의 신뢰도는 정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증시를 통해 나타나는 국내외 투자자의 반응과 국내외 금융기관의 평가 등 시장이 냉엄하게 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대우는 회장의 사재 1조3천억원과 계열사 보유자산중 담보로 사용되지 않은 자산 8조7천억원을 합한 10조원 규모의 자산을 채권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채권단에게 임의처분권을 부여키로 한 것이다.

채권금융기관들은 이 담보자산을 근거로 하여 대우의 단기 유동성 애로를 해결해 줄 것으로 예상하며, 그 경우에도 일부에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대우의 총 부채규모가 증가되는 것은 아니며, 초단기 부채를 6개월의 중기 부채로 전환해 주는 것이므로 기본적으로 롤오버에 해당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단기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완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하는 것이다. 7.19 대우는 발표문에서 대우그룹의 구조조정 목표가 대우자동차와 ㈜대우 중심의 전문그룹으로 재편하는 것임을 재확인하고 있으며, 나머지 게열사는 어떤 형태로든 정리될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와 ㈜대우는 매우 재무구조가 취약하기 때문에 이를 건실한 기업으로 생존시키기 위해서는 부채를 대폭 줄이거나 국내외 자본을 증자해야 하며, 자본참여는 부채를 먼저 줄여야 가능한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따라서 대우가 이번에 제공한 10조원의 담보자산은 당장은 단기자금의 롤오버를 가능케 하는 방편으로 활용되지만 결국은 2개 생존 목표기업의 재무구조 개선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처분대상 자산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만약 2개사가 부채를 줄이지 않고서도 국내외 투자가들이 대폭적으로 증자에 참여하는 행운을 갖게 된다면 자산처분 소요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중요한 것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는 대우가 빠른 속도로 자산을 처분한 현금으로 부채를 줄일 때만 회복 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며, 어느 자산이 현금화 가능성이 높으냐는 대우 스스로와 시장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우 구조조정의 성공 가능성은 부채 감축 속도와 직결되고 있으며, 대우가 7.19발표한대로, 구조조정을 조기완결하여 자동차 부문이 정상화된 뒤 회장이 모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약속을 하였기 때문에 이 약속 자체가 대우 구조조정 성공 가능성을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국내외 시장의 반응은 아직은 미흡한 상황이지만 정부 로서는 성공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으며, 대우그룹이 자동차와 무역 2개 사업부문의 독립 전문기업으로 생존.번영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확신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대우그룹의 현지법인 부채를 우려하고 있으마 현지법인의 대종을 이루는 자동차와 전자사업 분야의 현지법인들이 매각과 합작 등을 통하여 구조조정될 것으로 알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우그룹의 구조개혁과 관련하여 정부는 그동안 많은 고민을 하여왔다. 특히, 최근에 유동성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부도처리될 경우 경제에 미칠 충격, 워크아웃 방식에 의할 경우 많은 협력업체들이 받게 될 충격을 우려해왔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충격을 줄이면서도 대우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연장.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축소.치유하는 방안이 없을까 고심하여왔고 7.19 대우가 발표한 방안이 단기적인 충격을 줄이면서 근본적인 치유책이 될 수있다고 확신하며, 이러한 대우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할 것이다.

[이헌재 위원장 문답]

- 현재 대우 상황을 어떻게 봐야하나.

▶금융기관과 기관투자가들의 행동이 무분별하다. 대우의 자금사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문제가 노출되자마자 행동이 급변했다. 정부는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풀어갈 것이다. 한국은행은 상당기간 저금리로 갈 것이다.

대우의 단기 유동성 문제는 주말 또는 내주 초엔 끝난다. 채권은행단이 '안하겠다' 는 것은 시장을 포기하겠다는 말인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대우 여신은 새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기존의 것을 콜에서 중기로 전환시켜 주고 기업어음 (CP) 도 2~3일짜리를 6개월 정도 연장시켜 주는 것이므로 채권금융단이 이로 인해 책임을 추궁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 이번 대우의 구조조정의지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나.

▶이번에는 대우에만 맡기지 않고 채권단이 나설 것이다. 시간에 쫓겨서 일하면 잘 안된다. 앤더슨그룹 등 외국 전문 어드바이저들이 참여해 대우문제를 점검해 나갈 것이다. 대우는 단지 단기유동성 문제 때문에 구조조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다.독립법인화.출자전환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잘 해나갈 것이다.

- 신규 제출된 10조원 주식 및 부동산의 성격은 담보인가 출연인가.

▶법률적으로는 정확하게 담보로 제공된 것이다. 담보는 구조조정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처분가능하다. 그러나 대우전자 등은 독립해서 구조조정하게 돼있기 때문에 담보로 제공된 대우전자 주식은 당연히 처분된다.

한마디로 출연적 성격의 담보다.

- 삼성의 대우 자동차 역 (逆) 인수 가능성이 돌고 있는데.

▶자동차산업은 국제적으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누가 가져가느냐의 문제는 무의미하다.

- 대우가 어느정도 액수의 자구를 해야 하나.

▶정확하지는 않지만 약14조 정도 자산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대우는 구조조정 가시성 문제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위기에 처한 것이다. 대우도 구조조정을 서두르다 보니 오히려 의구심도 커졌다. 한마디로 신뢰성의 악순환이 문제다.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하느냐가 관건이다.

- 대우에 대한 대출금 출자규모는 정해졌나. 감자 등 출자전환 방법에 대해 설명해달라.

▶대우에 대한 구체적인 실사가 안 끝나 뭐라 말할 수 없다. 모든 것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해 나갈 것이다. 감자를 안 한다면 그만큼 가치 있다는 것이고 구체적인 방안은 지켜봐 달라.

- 대우그룹은 해체로 봐야하는가.

▶예단할 필요는 없다. 대우가 발표한 대로 금년 말까지 9개 회사만이 자동차와 무역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다.

- 대우자동차의 해외매각시 경영권 이전도 포함되나.

▶뭐라 말할 수 없다. 협상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세계가 메이저들로 재편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살아남느냐가 관건이다. 전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은 경영권 문제가 아니라 생산기지의 싸움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우가 현재 나름대로 국내외 기지를 효율적으로 끌고가는 전략을 갖고 있는 만큼 잘 될 것이다. 현대.대우가 남는다 해도 대우 또는 현대가 각각 혼자 가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4백만대의 자동차 기지를 한국이 성공적으로 가져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대우자동차는 김우중회장이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맡겨달라고 했다. 김회장은 대우차를 성공적으로 처리해야 그룹 전체의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고 명예롭게 물러날 것이다.

- 대우는 왜 워크아웃 처리를 안 했는가.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금융거래 중단조치를 해야하는데 이 경우 하청업체가 영향을 받고 실사가 진행되는 2~3개월간 회사 경영이 공백상태가 된다. 대우가 이미 구조조정 계획을 만들어 진행 중이므로 그대로 간 것이다.

- 해외채무는 해외에서 해결해야한다고 했는데 무슨 의미인가.

▶국내 채권단의 부담이 해외 채권자들의 수혜로 가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현재 대우의 해외부채는 생각보다 크지 않으며 문제가 있다고는 보지 않는다.

- 구조조정에 우선 순위가 있나.

▶대우 계열사 처분에서 우선순위는 당연히 제일 비싼 것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삼성차는 어떻게 되나.

▶대우그룹이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이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삼성차 문제도 동일하다. 삼성차 문제를 정치적 해법이라고 하는데 삼성이나 채권단입장에선 비싸게 팔려고 하는 것이 당연하고 대우에서는 싼 값에 사서 효율성 있게 운영하려고 하기 때문에 서로의 접점을 찾는 과정이다. 대우가 삼성차를 갖는 것은 이미 재무구조 약정에 들어있는 사안이고 제3자 매각언급은 대우에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자동차 시장은 앞으로 5개사에서 2개사 체제로 갈 것이며 2단계로 과잉설비를 줄이는 합리화를 추진해야 한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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