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형유산은 지난해까지 70개국 90건이었으나 이번 심사 결과 77개국 166건으로 크게 늘었다. 2년마다 국가별로 한 건씩 등재할 수 있었던 유네스코의 세계무형유산 정책이 올해부터 매년 제한을 두지 않도록 바뀐 결과다. 문화재청 이건무 청장은 “무형유산의 가치와 우열을 비교해 엄선하는 방식은 국가 간 정치력 싸움으로 비화되는 문제점이 있었다”며 “인류의 무형유산을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쪽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등재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무형유산을 입증하는 영상물과 책자 등 충분한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 중국은 이번에 22건을 신규 등재했다. 문화재청 서영애 문화재활용국장은 “우리도 내년에는 40건을 신청할 계획인데, 중국은 200건을 준비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중국의 물량공세 때문에 등재 신청 개수를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한국과 일본은 무형문화유산 선진국으로 통한다. 무형문화재를 지정하고 전승자를 키우는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선 가장 먼저 국가 정책으로 무형문화를 보존해 왔다. 중국은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다민족국가로서 어느 나라보다 다양한 무형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일본·중국은 유네스코 10월 회의에서 결정될 ‘유네스코 아태 무형 유산 센터’를 두고도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청장은 “일단 3국 공동 유치로 가닥이 잡혔다”며 “센터 설립 후 3국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각국에 퍼진 김치를 어느 나라가 먼저 등재하느냐를 두고도 주도권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무형유산도 브랜드와 물량을 두고 다투는 무한 경쟁 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경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