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71.7P 최악 폭락…美금리.대우 불안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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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제 금융시장 동향과 대우그룹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며 주가가 사상 최대폭으로 떨어지고 금리가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에 휩싸였다.

23일 주식시장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무려 71.70포인트 폭락한 904.96을 기록했다.

이날 지수 하락폭은 증시 개장 이후 가장 큰 것이다.

미 금융당국의 금리인상 검토 발언 등으로 개장초부터 하락세로 출발한 증시는 투신권의 공사채형 펀드 가입자들이 환매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퍼지면서 투매양상 속에 걷잡을 수 없이 떨어졌다.

실제로 이날 일부 투신사에서는 거액의 환매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식시장의 앞날을 어둡게 보는 투자자들이 선물매도에 나서면서 선물지수가 한때 5% 이상 떨어져, 오후 1시쯤 증권거래소가 선물거래를 일시 중지시키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또 이미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로 채권매수세가 실종된 상태에서 대우에 대한 채권단의 지원 결정에 따라 투신사들이 보유물량 매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퍼지면서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하룻새 0.42%포인트 급등, 9.5%를 기록했다.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도 전날보다 0.32%포인트 올랐고, 91일 만기 양도성예금증서 (CD) 금리가 0.31%포인트 오르는 등 장.단기 금리가 모두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이날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한국은행은 당초 예정됐던 2조원 규모의 환매조건부채권 (RP) 매각을 취소했고 재정경제부도 엄낙용 (嚴洛鎔) 차관 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와 관련, 嚴차관은 이날 오후 긴급 간부회의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한국은행과 협의해 금리 상승과 일부 금융기관의 유동성 부족 사태를 차단하기 위해 자금을 최대한 넉넉히 공급키로 했다" 고 밝혔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이날 투매에 나섰던 기관투자가들에게 자제를 촉구했다.

한편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이 대우문제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투매를 자제하고 정부당국의 대응을 관망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동원경제연구소의 온기선 기업분석실장은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를 겪은 투자자들이 지레 겁을 먹고 주식을 파는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며 "외국인들도 현재 상황을 최악의 상태로 보지 않고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고 말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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