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살아있다] (7) 인사동. 황학동 거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인사동.황학동에 있는 고문서.골동품.중고품 등은 어떻게 가격이 결정되고 유통되나. 낯선 사람이 찾아와 귀한 물건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 이곳 상인들에게는 가장 귀찮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상인들은 '어느 댁 물건입니까' '어디서 구입했습니까' 라는 두 마디만 물어 보면 처음 보는 물건의 진위 (眞僞) 여부와 감정가를 대충 알 수 있다고 장담한다.

유명 미술품이나 도자기 등 귀한 물건은 유래가 있게 마련. 따라서 이들 물건은 대략 어느 곳에, 누가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분포도 (分布圖)' 가 나와 있다는 게 상인들의 얘기다.

인사동에서 진위 감정과 시가 감정은 한국화랑협회와 한국고미술협회 두 곳에서 한다.

진위 감정은 작고 (作故) 작가 작품이면 35만원, 생존 작가는 20만원. 시가 감정은 한점당 15만원 안팎이다.

그림.도자기 등 예술품은 작가.제작연대.재질.보관상태 등을 보고 감정하게 된다는 얘기다.

또 산.꽃.집 등 그림의 소재에 따라서도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이곳에 들르는 고객들도 초보자는 판화를 찾다가 안목이 생기면 점차 동양화→서양화→조각품→목기 순으로 이동한다.

또 고문서는 철저하게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 과 '이를 인정해 주는 사람' 이 있어야 한다.

고문서는 저자의 권위와 내용, 책의 질, 인쇄 형태 등에 따라 가격 차이가 크다.

또 초판.재판.3판에 따라 가격이 수십~수백만원 차이가 나며, 문집.족보 등에 따라서도 격차가 크다.

일제시대 때 무명인이 쓴 소학 (小學) 은 2만원의 가치를 준다. 1백년 전에 쓴 무명 한시인 '비사간금 (批沙簡金)' 은 1만원, 최남선의 시대일보 한장은 3만원 정도다.

경안서림의 김시한 사장은 "수십년 간 장사한 베테랑이라 해도 고문서를 10개 정도 사면 5~6개만 주인을 찾아 팔 수 있고 나머지는 휴지로 버린다" 며 "이같은 이유로 대부분 구입가의 2배를 마진으로 붙여 파는게 보통" 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