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JP회견에 떨떠름…아쉬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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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민련은 김종필 (金鍾泌.JP) 총리의 기자회견에 떨떠름해 했다. 특히 JP의 '합당 불가' 해명에 그랬다. 일부 '냉소 (冷笑)' 하는 이들도 있었다.

국민회의와의 합당 찬성론자든 반대론자든 JP의 해명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들의 분석은 "합당 논의가 여전히 살아 있다" 는 점에 일치했다.

박태준 (朴泰俊) 총재.박철언 (朴哲彦) 부총재 등 '2+α' 합당을 추진해온 쪽에선 내심 신당 창당 작업의 탄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을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朴총재와 朴부총재는 JP 기자회견 뒤 따로 만나 20여분간 밀담을 나눴다. 朴총재는 기자들과 만나 " (정계개편에 대해) 金대통령과 金총리 두분간에 결론을 못내린 것으로, 그 이전으로 돌아간 것" 이라고 말했다.

朴부총재는 "DJT (김대중 - 김종필 - 박태준) 세분이 고심 끝에 합의한 만큼 뭐라 말할 수 없다" 며 말을 삼갔다.

그러나 朴부총재 주변에선 "JP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합논의를 끌고 가기 위해 속도를 조절하는 것" 이란 얘기가 나왔다.

김현욱 (金顯煜) 사무총장은 "합당 논의야 않는다 해도 창당 논의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는 질문에 무심코 "그렇다" 고 대답, 속내의 일단을 비쳤다.

충청권 의원들은 JP의 해명을 "악화된 여론을 피해 가려는 것" 으로 해석했다. 이인구 (李麟求) 전 부총재는 "합당을 한다는 것인지, 안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고 퉁명스레 말했다. 그는 합당 작업이 계속될 것 같으냐는 질문엔 "그렇게 느낀다" 고 했다.

김칠환 (金七煥) 의원은 " (합당에 대해) 여론이 안좋으니까 그렇게 말한 것으로 본다" 고 언급했다.

충북의 한 의원은 "합당을 '지금' 안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며 " '합당' 이란 시한폭탄은 이미 작동되기 시작했다" 고 말했다.

한편 내각제 연내 개헌 포기를 공식 선언한 데 대해 자민련은 극도로 어수선한 반응을 나타냈다.

이날 오후로 잡혔던 당무위원 및 소속의원 연석회의는 취소됐다. 또다시 의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올 것을 우려한 朴총재측이 JP의 참석을 요구했으나, 일정상의 이유로 JP가 불참을 통보해오자 아예 회의를 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내각제 진원지인 충청권의 반응은 이날 오후 대전 유성관광호텔에서 열린 대전시지부 후원회에서 폭발했다.

대전시부장인 이원범 (李元範) 의원은 "내각제는 뒷골목 암거래로 끝나는 사안이 아니다" 고 목소리를 높였고, 김칠환 의원은 "내각제를 포기하지 않은 듯이 말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 이라며 "내각제 사수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행동을 정할 때" 라고 주장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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