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리뷰] 차이코프스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차이코프스키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전곡, 미하일 플레트네프.러시아내셔널오케스트라 (DG) '잠자는 숲속의 미녀' 는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와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3대 발레' 로 손꼽힌다.

'신데렐라' '미녀와 야수' 등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를 기초로 마리우스 프티파가 대본과 안무를 맡아 1890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됐다.

차이코프스키의 발레 중 가장 규모가 커 주역급 무용수들을 대거 필요로 한 만큼 오케스트라에도 뛰어난 독주 기량을 요하는 작품이다. 제대로 무대 장치와 의상을 갖추려면 제작비가 많이 들어 웬만해서는 상연을 꺼린다. 디아길레프는 3막을 따로 떼내어 '오로라의 결혼' 이라는 단편 발레를 만들기도 했다.

특히 금빛 찬란한 궁정 결혼식 장면은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에 못지 않는 장대한 악상과 음색이 듣는 이를 압도하고도 남음이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가리켜 주제의 발전과 구성력이 부족하다는 평이 있는데 이는 에피소드의 연결로 음악을 이어가는 '러시아 악파의 작곡법' 에서 기인한 것이다. 어쨌든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보다 발레음악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했다.

러시아 전역에서 수석급 주자들을 영입해 만든 러시아내셔널오케스트라가 '잠자는 숲속의 미녀' 전곡 녹음에 도전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십분 발휘하도록 독주 기량이 탁월한 관악 파트가 떠받치고 있기 때문이다.

섬세하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지휘로 음악을 이끌어가는 플레트노프의 영도력 또한 일품이다. 이 음반을 들으면서 무대 위 춤을 연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연주회용 발레모음곡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환상의 세계다.

천부적인 '멜로디 메이커' 인 동시에 '소리의 화가' 인 차이코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전곡 녹음의 묘미에 푹 빠져들 수 있을 터. 02 - 3408 - 8031.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