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성 OB맥주 회장, '구조조정학' 실전술 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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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환란 (換亂) 직후 기업 구조조정 실천이론의 '전도사' 로 활약한 바 있는 박용성 (朴容晟) OB맥주 회장이 오랜만에 특유의 '구조조정학' 을 설파했다.

朴회장은 15~18일 강원도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대한상공회의소 연례 '최고경영자대학 강좌' 에 강사로 초빙돼 대표적 성공사례로 알려진 두산의 생생한 경험을 토대로 한 경영혁신 실전술을 소개했다.

그의 강의는 지난해 능률협회 초청강좌 이후 큰 공식 모임에만 10차례 가까이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모은 바 있다.

올들어 공개적으론 처음 마련된 이날 강좌에서도 그는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 (알짜기업부터 팔아야 한다는 뜻) 란 '걸레론' 등 다양한 경영철학을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 한정식집은 쓰레기통이 크다 = 한정식집은 반찬 수가 많다보니 음식 쓰레기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구색 갖추려고, 또는 신제품 출시 압력때문에 기업의 제품수가 많아지면 창고 (쓰레기통) 도 커져 각종 재고비용이 는다.

동아출판사 학습교재 역시 50종 정도가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 부자집 한약방 같은 기업구조 = 부자집 한약방처럼 기업경영을 해서는 안된다. 옛날에는 부자집에만 한약재가 있었고 아프면 동네사람들이 이곳을 찾을 수 밖에 없었다. 독점인데다 부업이라 전문성은 아예 없었고 부엌처럼 어수선했지만 장사는 잘 됐다. 이러한 전근대적 기업이 아직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 네 형제의 일화 = 시골서 상경한 맏형이 열심히 주방장 일을 해 모은 돈으로 큰 식당을 차렸다. 남은 형제들이 상경해 이 식당에 각각 채소.육류.생선 납품을 하게 해 달라고 해 들어줬다. 잘릴 염려가 없는 거래처다 보니 서로 근면을 잃었고 결국 식당.가게 모두 망했다.

외국계 컨설팅회사들은 한국 기업이 혈연.지연.학연 등으로 뭉친 '가족기업' 에서 탈피, 일로 뭉친 '기업가족' 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한다. 그는 이밖에도 '최고경영자부터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기업이 살아남을 수 없다' 고 강조했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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