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잡을 수 없는 '비리해일'에 검찰도 속앓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경기은행 퇴출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또다시 궁지에 몰리고 있다.

검찰은 임창열 경기도지사와 부인 주혜란씨를 동시에 구속한 뒤 "대어 (大魚) 를 낚았다" 며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그 뒤 파장이 계속 번지더니 최기선 인천시장과 국민회의 중진 S의원의 이름이 공식 거명되는 상황까지 이르자 당황하고 있다.

구속된 서이석 (徐利錫) 전 경기은행장은 최근 공판에서 "崔시장과 국민회의 S의원의 부탁으로 부실업체에 거액을 대출했다" 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이 은행 전직 임원 H씨도 본사 기자에게 이런 사실을 거듭 확인했다.

물론 이는 퇴출된 은행측의 일방적 주장이다.

경기은행으로선 부실화의 책임을 전가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수도 있다.

대출청탁이 사실이었다고 해도 뇌물수수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돼야 할 대목이다.

검찰은 이에 대해 일단 "수사할 계획이 없다" 는 반응이다.

인천지검 유성수 (柳聖秀) 차장검사는 휴일인 18일 기자회견을 자청, "崔시장 등 다른 기관장이나 국회의원에 대한 로비설은 자료도 없고 수사계획도 없다" 고 밝혔다.

대검 고위 간부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경기은행 퇴출 수사에 대해 다른 기관장을 자꾸 연관시키는 것은 수사를 축소.은폐 쪽으로 몰고가 검찰의 위상을 떨어뜨리려는 의도" 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그러나 검찰은 崔시장 등이 정치자금을 받았을 가능성에 대해선 부인하지 않고 있다.

대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선거 때 정치자금을 전혀 받지 않은 정치인이 한 명이라도 있겠느냐" 며 "이런 것까지 문제삼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온다" 고 말했다.

여기에는 ▶받은 돈이 실제로 정치자금이었다고 해도 현재 분위기로선 해당 정치인이 무사하지 못할 분위기고 ▶여론몰이에 휘말려 했던 수사가 대부분 실패작으로 끝났다는 검찰의 판단이 깔려있는 듯하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더 이상 정치적 필요나 여론에 의해 좌우되면 안된다" 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나 문제는 사정설이 주로 여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로선 큰 부담감을 느낄 만한 대목이다.

검찰은 일단 몰아치기식 사정은 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경기은행 수사는 林지사 부부 구속으로 사실상 끝났다" 는 말도 나온다.

검찰은 대신 다른 건들을 통해 그때그때 성역없는 사정을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은행 파도가 과연 여기서 멈출지는 미지수다.

검찰로선 또다른 시험대에 들어서고 있는 형국이다.

김종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