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원, 유명정치인 집 인질극 2억9천만원 뺏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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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탈옥수 신창원 (申昌源.31) 이 지난달 초 서울 강남의 유명 정치인 집에서 인질극을 벌여 거액을 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申을 순천경찰서에서 부산교도소까지 압송한 경찰관들은 18일 "호송 도중 申에게 검거 당시 갖고 있던 돈의 출처를 물었더니 지난달 초 서울 강남의 호화빌라에 들어가 일가족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여 2억9천만원을 빼앗았다고 털어놨다" 고 말했다.

申은 집주인에 대해 "최근 TV와 신문 등에 자주 나오는 낯익은 인물이었다" 고 말했다.

호송 경찰관이 申에게 "그럼 정치인이냐" 고 정확한 신분을 떠보자 "막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다.

집 외관만 봐도 잘 사는 것 같았지만 막상 침입해 보니 예상보다 훨씬 부유하더라" 고 말했다.

申은 또 뇌물 혐의 등이 드러나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던 몇몇 전.현직 정치인을 거론한 뒤 "집에 80억원이란 거액을 갖고 있지만 그런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지도 않고 별 탈 없이 살고 있더라" 며 분개하는 모습을 보이며 강도를 당한 집주인이 유명 정치인임을 강하게 암시했다.

申은 당시 경찰관들에게 "한밤중에 BMW.링컨콘티넨털 등 고급 외제차가 주차해 있는 빌라촌의 한 집에 들어갔더니 부부와 아들이 있었으며 액면가 5천만원짜리 양도성예금증서 (CD) 1백60장 (80억원) 과 현금 4천만원이 있었다" 고 밝혔다.

申은 또 "남편과 아들을 흉기로 위협하자 부인이 '10억원을 줄테니 목숨만 살려달라' 고 애원해 5억원을 달라고 요구하자 내일 구해 주겠다고 말했다" 는 것이다.

申은 이어 다음날 오전 부인을 내보내자 부인이 CD를 현금 2억5천만원으로 바꿔왔으며, 부인이 "돈을 더 찾아 줄까요" 라고 물어 "이 정도면 됐다" 며 집에 있던 현금 4천만원과 함께 골프가방 세개에 나눠 담도록 했다는 것.

申은 범행 후 자신이 신창원임을 밝히고 강도 사실을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협박한 뒤 집을 빠져나왔으며 나중에 뉴스에 보도되지 않는 것을 보고 이들이 외부에 알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한편 申의 탈주경위를 조사 중인 부산지검은 18일 申이 부산교도소 내부 직원이나 외부인의 도움없이 단독으로 탈주했다고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탈주 이후 범행 등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경찰 특별조사팀은 이날 申이 도피기간 중 88건, 5억4천여만원을 턴 사실을 밝혀내고 추가 범행을 캐고 있으며 申의 동거녀 金명주 (26) 씨를 범인은닉 혐의로 구속했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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