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 인터뷰기사 盲點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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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국민회의 신임 당직자에 관한 프로필 (13일자 2, 3, 4면) 을 읽노라면 마치 왕조시대 가신 (家臣) 열전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의 용어가 나열돼 있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주문한 당 중심의 정치가 과연 이뤄질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충성' 이나 '그림자' 는 기본이다.

"목숨까지 내던지겠다고 할 정도의 충성심으로 무장한 충복형" "충성심과 존경심은 신앙에 가까워…DJ에 대한 비난에는 참지 못한다" 는 구절에 와서는 민의를 대변하는 정당 간부의 자세가 아닌 임금을 모시는 신하가 갖춰야 할 덕목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개인 능력이나 당원 지지가 아니라 총재 한 사람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심이 당직자의 선발 기준이 되는 풍토라면 이는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지적이 누락됐다.

'명분과 현실을 적절하게 어우르는 정치스타일' 을 보였다는 이만섭 (李萬燮) 총재권한대행의 프로필이나 인터뷰, 그리고 JP와의 관계에 대한 정리는 집권당의 총재대행이라는 직위에 걸맞은 예우였다.

그러나 李대행이 5공 시절 제3중대라 불리는 국민당의 창당멤버로 이 당의 총재직을 맡았던 사실이 빠진 것도 예우에 따른 것이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李대행이 당내 기반이 없다는 점을 감안해 金대통령은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에 충성심이 흘러넘치는 인물을 임명한 데다 중간당직자마저 동교동계를 전면 배치했다 (16일자 2면) 는 보도는 친정 (親政) 체제의 강화를 전달한 내용이다.

때문에 앞으로 당 중심의 정치가 아니라 청와대 중심의 정치, 또는 수렴청정의 정치가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문제는 당에서 맡아 하라" 는 金대통령의 주문에 대해 아무 문제점도 제기하지 않아 아쉬웠다.

동티모르 독립운동가 (6월 21일자) , 비료회담의 북한 대표인 박영수 (7월 3일자)에 이어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을 단독 인터뷰 (13일자 1, 5면) 함으로써 신문의 생명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뷰에 강한 면모를 보였다.

내용 중에는 북한 핵문제를 비롯해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도 있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읽었으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인터뷰 내용이 화자 (話者) 의 말만 일방적으로 전달하고 있기 때문에 주의해 읽지 않으면 안된다.

왜냐하면 변명으로 일관해 독자의 판단을 흐리게 하거나 주관적인 편견, 또는 허위사실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달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金전대통령의 경우도 여기에 예외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가령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고 독재한다" "DJ 비자금을 수사했으면 선거는 없었을 것" 이라는 주장 등에 대해서는 보다 엄밀한 분석과 정황이 요구된다.

때문에 이를 입증하거나 반증하는 자료도 준비해 같이 보도했으면 더욱 의미있는 인터뷰가 됐으리라는 생각이다.

이와 함께 대담자가 보광에 대한 세무조사를 언론 길들이기와 연결지어 질문한 것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는 상대방의 입을 빌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는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16일자 만화.만평은 임창열 (林昌烈).주혜란 (朱惠蘭) 부부 사건 발표가 내각제 포기선언으로 인한 정치적 파장을 '물타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항간의 소문을 반영한 것으로, 검찰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겠지만 검찰의 현위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었다.

사건을 취재하면서 朱씨의 자서전 초고를 입수하는 기민함을 보인 측면도 있으나 '짙은 화장에 무스까지' 라는 식의 표현 (27면) 은 지나치다는 느낌이 든다.

개인의 화장습관을 이런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인권침해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심지연 경남대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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