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내각제 2인'의 두그림자] JP '퉁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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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종필 총리가 잔뜩 화가 났다.

金총리는 자민련 김용환 수석부총재의 당직사퇴 소식이 전해진 16일 아침 비서실 보고를 평소와 달리 집무실이 아닌 공관에서 받았다.

한 참석자는 "金부총재 행동에 상당한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 며 "표정이 잔뜩 굳어 있었다" 고 했다.

金총리는 한국정치학회 주최 학술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기자들이 "金부총재가 사퇴하고 야당쪽이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고 묻자 "시끄러울 게 뭐 있겠어" 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총리 주변에 따르면 金총리와 金부총재의 관계는 현재 악화될대로 악화돼 있다고 한다.

우선 金총리는 지난 12일 밤 공관모임의 발언 내용들이 외부로 흘러나가게 된 것이 金부총재측의 소행이라는 의혹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이인구 부총재가 " (내각제개헌을 합의해놓고) 이랬다저랬다 하는 사람을 따라 다녀선 안된다" 며 은근히 자신을 비난한 데 이어 金부총재가 당직사퇴 카드로 사실상 '항명 (抗命)' 자세를 보이는 데 대해 감정이 격해져 있다는 것이다.

특히 金총리는 金부총재가 당직사퇴 결정과 관련해 공식발표 전까지 자신과 일언반구 상의하지 않은 데 대해서도 섭섭해하고 있다.

때문에 金총리는 충청권 일부 의원들의 탈당설에 대해서도 '할테면 하라' 는 식의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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