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힘모아 '평화의원'설립 인천의료생활협동조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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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의사.환자 모두가 병원의 주인인 셈이지요. " 지난 96년 11월 출범한 '인천평화의료생활협동조합'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 327의11.032 - 524 - 6911) 은 지역 주민들이 만든 의료조직이다.

'우리의 건강은 우리의 손으로' 지킨다는 취지로 경기도 안성.안산의료생협에 이어 전국에서 세번째로 문을 열었다.

인천의료생협이 탄생한 것은 부평공단 근로자를 위해 세워진 노동의원 원장으로 부임한 조계성 (趙桂星.35.여.가정의학과 전문의) 씨가 동네 노인들에 대한 가정방문 치료를 하면서 형편상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주민들을 돕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해낸 아이디어 덕분.

"주민들이 출자해 동네에 병원을 설립하고 의료서비스를 받도록 하자" 는 趙원장의 제안에 유시화 (柳時花.69.여.부평구 부개동) 씨 등 30여가구가 흔쾌히 동참해 노동의원의 간판을 평화의원 (032 - 527 - 2038) 으로 바꿔달고 출발했다.

이에 따라 1계좌 (3만원) 이상 출자해 조합원이 된 주민들은 평화의원의 주인이 되고 주치의까지 둘 수 있도록 했다.

또 진료나 건강상담을 하고 싶으면 수시로 병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물론 거동이 불편한 조합원들은 전화로 필요한 의료진을 직접 호출할 수도 있다.

의사 1명, 물리치료사 1명, 간호사 4명 등 9명의 의료진으로 구성된 병원도 '환자권리장전' 까지 만들어 조합원들의 건강을 철저히 점검한다.

매년 임상검사를 비롯해 운동.영양평가 및 그에 따른 처방 등 종합검진도 실시한다. 특히 다음달에는 한의원을 개설해 양.한방 협진체제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윤보다 조합원의 건강증진이 최우선 과제며 치료보다 보건예방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매월 인하대병원 의사와 에어로빅 강사 등을 초빙해 보건예방학교와 체조교실을 각각 개설, 운영하고 있다.

지난 6월 30일에는 외출이 부자유스러운 할아버지.할머니 조합원들을 위해 인천대공원에서 야외 건강교실을 열고 산보.배드민턴 등 간단한 운동과 식이요법 등으로 장수하는 비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2월부터는 매월 한차례씩 의료진 전원과 자원봉사자가 참여해 부평지역 시장 등을 돌며 '지역주민 무료 건강검진' 을 벌이고 있다.

또 주민들의 생활습관 개선과 건강교육에 힘쓰며 영양사 등을 초청해 특강도 실시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범 당시 30가구에 불과했던 조합원수가 지금은 3백8가구로 10배 이상 늘어났다.

인천의료생협 사무장 이원숙 (李元淑.36.여) 씨는 "전체 환자 가운데 조합원은 30%선을 밑돌아 아직까지 수익금은 분배되지 못하고 있으며 조합원 건강관리를 위해 전액 재투자되고 있다" 고 말했다.

인천 = 정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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