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건강한 사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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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 사회의 소득 불평등과 사망률 사이에는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영국의 사회병리학자 리처드 윌킨슨은 한 나라 인구의 건강상태를 결정하는 것은 의료제도가 아니라 소득수준에 따른 사회적 위계질서라고 지적한다.

낮은 소득수준은 만성적 심리불안을 낳고 스트레스성 호르몬 수치를 증가시키며 면역체계를 약화시켜 노화 (老化) 를 촉진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건강은 사회의 건강과 직결된다.

계층간 소득격차가 커질수록 상호 신뢰도는 낮아지고 적대성과 폭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내적 갈등이 증폭된다.

윌킨슨은 사회적 응집력.평균수명 등에서 국가.사회간 차이는 주로 소득 불평등에 기인 (起因) 하며 경제적으로 평등한 사회일수록 개인은 건강하다고 주장한다.

마거릿 대처는 영국경제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빈부격차는 더욱 확대됐다.

보수당 치하 18년동안 최상위 10%의 소득은 67%가 증가한 반면 최하위 10%의 소득은 같거나 저하된 것으로 나타나 있다.

토니 블레어는 평등과 자유를 결합한 '제3의 길' 을 표방하지만 상호모순되는 목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정치적 수사 (修辭)에 불과하다는 비판과 함께 '바지 입은 대처리즘' 이란 비난을 듣고 있다.

미국경제는 황금기를 맞고 있다.

지난 8년간 주식시장은 매년 20% 이상 성장해 왔다.

그러나 주식시장 활황에 따른 소득 증가분의 90%는 최상위 10%에 돌아갔다.

하위 60%는 주식이 없기 때문에 이득도 없는 것이다.

여기서 오버클라스 (초계급)가 등장했다.

오버클라스는 공공사회의 일원이라는 의식이 없으며 교육에서 의료.복지까지 모든 것을 사적 (私的) 차원에서 해결한다.

미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가장 불평등한 나라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빈부격차가 심하다.

97년 현재 미국의 빈곤인구는 전체 인구의 13.3%인 3천5백만명에 달한다.

정부는 이들에게 생계보조금을 지급한다.

신자유주의 경제이론에 입각한 '신경제' 의 그늘이다.

얼마전 미국내 빈곤지역 시찰에 나선 빌 클린턴 대통령은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들 지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신 (新) 시장제안' 을 내놓았다.

국제통화기금 (IMF) 경제위기의 최대 피해자는 저소득층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계층별 소득 점유율에서 상위 20%는 39.8%로 2.6%포인트 높아진 반면 하위 20%는 7.4%로 0.9%포인트 낮아졌다.

평등의 가치를 살리는 정책으로 사회의 건강을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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