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민회의 박상천 총무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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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국민회의가 박상천 (朴相千) 의원을 경선이 아닌 반 (半) 지명 형식으로 원내총무로 선출한 것은 그의 야당 총무 시절 '공적' 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대선이 있던 해인 97년 그는 여당을 상대로 선거법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내 정권교체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대선후보 TV토론 법제화.지정기탁금제 폐지 등 어려운 문제를 여당과의 줄다리기 끝에 얻어냈다.

지금은 여야관계가 꼬일 대로 꼬여 있고 특별검사제.정치개혁 입법 등 협상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여당 지도부는 그가 과거 역량을 발휘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朴총무의 강점은 성실성과 끈질긴 협상태도. "문제에 부닥치면 밤샘을 해 법전을 찾아서라도 결말을 보는 스타일" "논리가 정연하고 귀찮을 정도로 상대를 쫓아다니며 설득하는 끈질긴 인물" 이라는 게 주위 평가다.

이만섭 (李萬燮) 총재권한대행은 "국회의장 시절 특위 협상을 하는 걸 보니 이미지와 달리 상당히 유연한 데가 있더라" 고 朴총무 지명 이유를 설명했다.

본인의 고사 (固辭)에도 불구하고 이런 특유의 돌파력과 협상력이 높이 평가돼 원내 사령탑에 재기용됐다.

그렇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총무 선출 직후 "특검제가 하늘이 무너질 만큼 중대한 사안은 아니다.

기존 당론에 변화가 없다" 고 밝히긴 했지만 그가 법무부장관 시절 특검제 반대론자였다는 점에서 벌써부터 여야관계를 순탄치 않게 보는 관측이 적지 않다.

여야관계에서 '베푸는' 입장에 있는 여당 총무로서는 다소 부적절할 정도로 원칙주의적이란 점도 지적된다.

그는 또 법무부장관 재임시 소신과 원칙으로 밀어붙여 동료 의원들의 적잖은 반감을 사기도 했다.

일각에선 "경선 절차를 밟지 않고 만장일치로 총무를 선출한 배경엔 이런 당내 분위기가 작용한 게 아니겠느냐" 는 얘기도 나온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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