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신고 '포상금제' 쏟아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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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상금 제도가 우리 사회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는 만병 통치약으로 통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포상금 제도를 각종 불법행위를 효과적으로 단속하는 수단으로 여기고 새로운 포상제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거나 기존 포상금의 금액을 올리고 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일부에선 포상금을 부업거리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면서 전문적인 신고꾼이 나타나고 포상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와 인터넷 동아리까지 성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신고정신을 높이기 위해 포상금제도가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단기적인 성과를 바라고 도입한 포상금제는 부작용이 커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한다.

◇ 포상금제 봇물=재정경제부는 지난달 속임수를 써서 주가를 조종하는 '작전 세력'을 신고하면 최고 1억원의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불량만두 파동 이후 정부는 불량식품을 만드는 업주를 신고하면 5000만원의 포상금을 주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재 포상금(30만원)의 150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또 법무부는 앞으로 성매매를 위해 인신매매를 하는 범죄자를 신고하면 최고 2000만원을 줄 계획이다.

국회도 포상금제 확대에 뛰어들었다. 열린우리당 문학진 의원은 과다한 경품을 주는 신문사나 지국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같은 당 박영선 의원은 회계부정 신고 포상금제를, 최재천 의원은 불법 정치자금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포상금제가 확대되는 것은 지난 4월 총선 때 불법 향응의 50배를 주는 포상금제도가 효과를 톡톡히 본 데서 비롯된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까지 선거법 위반 신고자에게 총 5억2200만원(279건)의 포상금을 지급했는데 "포상금제가 깨끗한 선거문화 정착에 크게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 제도 개선이 우선=전문가들은 포상금제도가 봇물을 이루는 것은 단시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2001년부터 시행된 교통법규 위반 차량 신고제는 전국적으로 500여만건의 신고가 접수되며 경찰 단속의 사각지대를 메웠지만 지난해 1월 폐지됐다. 정부가 불합리한 교통체계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시민들끼리 서로 감시하는 풍조를 만든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포상금을 노리고 전문적으로 교통위반을 제보하는 '차파라치'가 등장하기도 했다.

포상금을 사회에 대한 자발적인 기여가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인 '포상 코리아'는 1만원을 받고 각종 포상금제도와 신고방법 등의 정보를 제공한다. 회원이 500여명에 이르는 이 사이트는 '주말 두시간만 일하면 월 100만원 수입이 보장된다'고 선전하고 있다. 관계자는 "확실한 부업이 될 뿐 아니라 사회적인 기여도 한다"고 말했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이트에 개설된 인터넷 동아리(카페) 중에서도 포상금 관련 카페가 16곳이나 된다. 어떤 곳은 회원 수가 4000여명이 넘는다.

경제정의실천연합 윤순철 정책실장은 "포상금 제도를 도입해 단기적인 효과에 목매기보다 법을 어기지 않도록 불합리한 제도를 고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훈.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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