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추얼펀드 신설 규제' 왜 나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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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5대 그룹의 뮤추얼펀드 신설을 막고 투자신탁사의 상장을 추진키로 한 것은 제2금융권에 대한 5대 재벌의 지배를 견제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풀이된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투신사 상장은 그렇다 쳐도 뮤추얼펀드 신설을 금지하는 인위적인 진입장벽은 실효성도 의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자금흐름만 왜곡할 것" 이라며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 5대 그룹 뮤추얼펀드 신설 금지 = 현재 국내 뮤추얼펀드는 36개사에 자산은 2조9천2백49억원에 불과하다. 약 2백50조원에 달하는 전체 투신시장의 1%가 조금 넘는 규모다. 따라서 당장은 5대 재벌의 뮤추얼펀드 신설을 금지하더라도 타격이 가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의도는 앞으로 허용될 개방형 뮤추얼펀드에 5대재벌의 참여를 막자는 데 있다. 개방형 뮤추얼펀드는 현재 투신사들이 팔고 있는 주식형 수익증권처럼 언제든지 돈을 찾고 싶을 때 환매해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이 상품이 허용되면 시중자금이 개방형 뮤추얼펀드로 몰릴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이 경우 현재 5대 재벌 계열 투신사에 몰려있는 자금이 썰물처럼 개방형 뮤추얼펀드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란 계산이다.

그러나 증권업협회 우재룡 박사는 "개방형 뮤추얼펀드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곳은 미국.프랑스 정도에 불과할 뿐 영국.홍콩.일본에선 여전히 투신의 주식형 수익증권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며 "이럴 경우 뮤추얼펀드 신설 금지와 같은 진입장벽은 실효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폭만 좁힐 것" 이라고 지적했다.

◇ 투자신탁사 상장 허용 = 상장이 되면 감독당국뿐만 아니라 소액주주나 시장의 감시가 뒤따르게 돼 재벌이 마음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투신사의 경우 아직은 회사돈과 고객돈이 분명하게 분리.운용되고 있지 않은 데다 기존 투신은 자본잠식상태에 있기 때문에 내년 7월까지 이런 문제를 해결한 뒤에나 상장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정경민.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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