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스티브 김, 박찬호 어려울때 곁떠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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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톰 크루즈가 뜨거운 감동을 전해준 영화속의 제리 맥과이어는 이상적인 스포츠 에이전트다.

박찬호 (LA 다저스) 의 에이전트 스티브 김 (41) 은 93년 처음 인연을 맺은 뒤 박찬호의 오늘이 있기까지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해왔다.

제리 맥과이어는 고객 (선수) 과의 냉정한 협상보다 따뜻한 인간애를 앞세워 고객의 성공을 돕는 주인공이다. 박찬호가 마이너리그에서 고생하던 시절 스티브 김은 음식으로 고생하던 박에게 김치 배달부 노릇까지 하며 오늘의 박찬호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최근 극도로 부진한 박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론 스티브 김에게서 아쉬움을 느낀다. 스티브 김은 박의 성공에 자신을 얻고 건축설계사에서 전문 스포츠 에이전트로 변신한 뒤 스포츠 매니지먼트회사 KSI를 설립했다.

이후 정석 (LA 다저스).송승준 (보스턴 레드삭스) 을 자신의 식구로 만들고 사업을 확장 중이다. 그는 지난주 국내에 들어와 조진호 (보스턴 레드삭스) , 프로골퍼 한희원의 가족을 만나 계약 협상을 벌이고 돌아갔다.

사업차 귀국한 그를 탓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시기다. 박이 지난달 6일 태권도사건 이후 한달째 '갈피를 못잡고' 있는 상황에서 에이전트가 박의 곁을 떠나 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계약에 앞서 인간적으로 뭉쳐진 두사람의 관계라면 한쪽이 힘들어 할 때 다른 한쪽은 곁을 지켜주는 것이 우리 가치관에 어울린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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