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이상저온 생태계 변화로 쥐.고양이 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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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리산의 야생 들고양이.야생 들쥐 등 잡식성 동물 개체수가 늘면서 이들이 먹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육식성으로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경남도 자연학습원 이수일 (李守一.38) 교관은 8일 "지난달 조사결과 지리산의 야생 들고양이 개체수가 1백㎡당 15~16마리로 늘면서 개구리와 작은 조류 등을 잡아먹어 동물 생태계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확인했다" 고 밝혔다.

지난 92년만 해도 1백㎡당 여덟마리였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지난해 6월께 경남도 자연학습원 아래 해발 7백50m 지점에서 주로 식물의 뿌리와 씨앗 등을 먹는 야생 들쥐 네마리가 뱀을 먹는 장면을, 7월에는 해발 9백m 지점에서 다람쥐끼리 싸워 잡아먹는 장면을 목격했다" 고 밝혔다.

이같은 현상은 수년 전부터 지리산에 저온저습 현상이 계속되면서 들쥐 등의 자율신경 조절기능이 변화, 식성이 바뀌고 식물먹이가 줄어든 탓인 것 같다고 李교관은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잡식성 동물들이 먹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작은 동물을 잡아먹게 됐다는 분석이다.

李교관은 "지리산 먹이사슬에서 최종 소비자 역할을 하던 늑대.여우 등이 사라지면서 개체수가 크게 증가한 야생 들고양이.들쥐.모르모트 등이 육식성으로 변했다" 고 덧붙였다.

그는 "방치할 경우 소형 동물 일부가 멸종하는 등 생태계의 사슬을 크게 혼란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 지적했다.

산청 =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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