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공예경진대회 최우수상 수상 유길훈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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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이제야 비로소 '벼루인생' 의 보람을 찾는가 싶습니다. "

30여년 동안 벼루만을 만들어온 유길훈 (劉吉勳.50.충북 진천군 초평면 용정리) 씨는 요즘만큼 기대에 부풀어 지낸 적이 없다.

지난 2일 제25회 충북공예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劉씨는 지난 3월 충북도의 추천으로 문화재청에 '벼루장 (匠)' 지정을 신청해 놓아 국가공인의 장인으로 대접받을 날을 고대하고 있다.

또 오는 9월 청주에서 열리는 제1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에 초대작가로 초청돼 벼루 제작의 진수를 보여줄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기특한 일인지 아직은 판단이 안서지만 아들이 가업을 잇겠다고 나서 제자로 받아들인 것도 그를 내심 기쁘게하고 있다.

劉씨가 벼루공예에 입문한 것은 67년. 자신의 손재주를 알아본 부친이 벼루로 이름을 날리고 있던 같은 동네의 김인수 (72년 작고) 장인 밑에 들어가 일을 배우도록 주선했다.

劉씨의 동네와 이웃한 초평면 신통리 일대에는 '상산 (진천의 옛이름) 자석 (紫石)' 이라 해서 질좋은 벼루 원석이 많이 난다.

이 원석은 먹이 잘 갈리지만 먹물은 잘 스며들지 않는 게 특징. 스승이 작고하자 서예계에서는 '상산벼루' 의 명맥이 끊겼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劉씨는 78년 충북공예품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비롯, 각종 대회에서 잇따라 상을 타내면서 옛 명성을 되찾아갔다.

지금까지 수상경력은 20여차례. 독특한 문양 개발에 섬세한 터치와 감각으로 벼루에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입히는 데 성공한 것이다.

스승의 작품이 대부분 부조형태라면 그의 작품에는 입체적 조각기법이 가미됐다.

"꿈이 있다면 벼루의 전통미를 오롯이 후대에 길이 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공예전승에 죽는 날까지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

예나 지금이나 하루 10시간씩 작업하는 劉씨. 작품에 따라선 2~3개월 동안 공들이는 것도 있다.

최근 3개월 걸려 완성한 작품은 공예비엔날레에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제자 崔재필 (25) 씨와 고고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 아들 은해 (22)에게 장인에겐 인내가 약임을 가장 강조한다.

진천 = 안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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